문장의 온도
`이덕무 마니아`인 고전연구가 한정주는 그가 남긴 소품문 에세이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의 아름다운 문장들을 꼽아 그 정수를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 책에 담긴 글은 특별하게 정해진 형식이나 글쓰기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 오직 `삶의 다양한 온도를 문장에 그대로 드러내는 것`과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중시할 뿐이다.
나와 타인을 비교해 우열을 가리지 않고 각자 가진 고유의 개성과 멋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다. 이 책 곳곳에는 이덕무가 살아낸 일상 풍경이 생생히 담겨있다. 18세기 인문학자이자 한 생활인이 온 힘을 다해 살아내고 지켜낸 진솔한 일상의 문장들은 오늘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본문에 나오는 말똥구리와 여의주 이야기처럼, 용에게는 여의주가 귀하고 말똥이 필요없지만 말똥구리에게는 말똥이 귀하고 여의주가 필요없는 문장이다. 저마다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인정하고 그것을 잘 가꾸는 것만이 우리 삶을 보다 행복하게 만든다.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삶에 대한 건강한 태도가 중요하다. 오직 진실한 삶, 그리고 머리나 가슴 어느 한쪽만이 아닌 온몸을 다해 써낸 정직한 문장만이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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