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온도

문장의온도
문장의온도
어떤 문장이 좋은 문장일까. 좋은 문장과 나쁜 문장을 가리는 기준은 형식이나 분량, 또는 화려한 수사같은 기술적인 면에 있지 않다. 좋은 문장은 다른 사람을 따라하거나 과장되게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런 문장은 메마르고 허전한 일상을 위로한다. 거창하고 화려하게 꾸미지 않은 소박한 문장인데도 몸과 마음이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문장. 바로 이덕무의 소품문 에세이가 그렇다. 북학파 실학자나 `간서치(책 바보)`라는 별명으로 알려져있지만 사실 이덕무는 평범한 일상 속에 숨은 아름다움을 발견해 문장에 녹여내는 데 탁월했던 `에세이스트`다.

`이덕무 마니아`인 고전연구가 한정주는 그가 남긴 소품문 에세이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의 아름다운 문장들을 꼽아 그 정수를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 책에 담긴 글은 특별하게 정해진 형식이나 글쓰기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 오직 `삶의 다양한 온도를 문장에 그대로 드러내는 것`과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중시할 뿐이다.

나와 타인을 비교해 우열을 가리지 않고 각자 가진 고유의 개성과 멋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다. 이 책 곳곳에는 이덕무가 살아낸 일상 풍경이 생생히 담겨있다. 18세기 인문학자이자 한 생활인이 온 힘을 다해 살아내고 지켜낸 진솔한 일상의 문장들은 오늘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본문에 나오는 말똥구리와 여의주 이야기처럼, 용에게는 여의주가 귀하고 말똥이 필요없지만 말똥구리에게는 말똥이 귀하고 여의주가 필요없는 문장이다. 저마다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인정하고 그것을 잘 가꾸는 것만이 우리 삶을 보다 행복하게 만든다.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삶에 대한 건강한 태도가 중요하다. 오직 진실한 삶, 그리고 머리나 가슴 어느 한쪽만이 아닌 온몸을 다해 써낸 정직한 문장만이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강은선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강은선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