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정치를 꿈꾸다

`극장정치`라는 말이 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극적인 이벤트 효과를 활용하는 정치를 의미하는 말이다. 북한의 정치, 통치행위를 극장정치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책 `극장, 정치를 꿈꾸다`는 극장의 문화정치에 관한 것이다. 식민지, 제국주의 전쟁, 분단시대를 겪으며 우리 시대 극장은 어떤 방식으로 정치적 욕망을 표현해왔을까.

책은 식민지, 전쟁을 거쳐 지금도 분단시대에 있는 대한민국의 극장예술을 정치적 맥락에서 규명한다. 연극과 영화가 고난의 시대를 거치면서 다양한 이데올로기에 어떻게 착종됐는지, 이종교배 됐는지를 문화정치학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일제강점기 `김옥균이야기`는 일제의 대륙침략주의를 지지하는 알리바이가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나운규의 영화 `개화당이문`에서는 민족수난사의 소재로 대중에게 소비된다. 뿐만 아니라 무영탑, 왕자호동 등 현재와 본질적으로 긴장관계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역사극은 기억담론의 투쟁행위나 기억욕망의 경합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근대국민국가의 왜곡된 젠더 인식은 여성들에게 질곡으로 작용한다. 근대적 의미의 여배우가 성립하는 과정은 그동안 윤심덕을 비롯한 토월회 여배우들의 사례에서 보듯 수많은 난관을 거쳐야만 했다. 1세대 신여성이자 우리나라 최초 여성소설가인 김명순 사건도 대표적이다. 금욕주의적 연애 이상을 추구하는 글을 통해 스스로를 방어해야만 했던 상황은 당시 젠더 인식이 얼마나 왜곡됐는지를 증명한다. 책은 근대 극장이 끈질기게 담아내고자 했던 시대정신의 양상들을 아홉 편의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해준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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