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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프리즘] 만나이, 집나이 - 변화와 혁신

2018-01-24 기사
편집 2018-01-24 08:4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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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겪는 문화적 혼란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한국의 만나이와 집나이 차이라고 한다. 매년 1월 1일 아침 떡국 한그릇을 먹고 나면 누구도 예외 없이 5000만 국민이 일제히 한 살씩 나이가 더해지는 것은 일종의 종교의식처럼 보인다는 외국인도 있다. 태어나 1년이 지나야만 한 살이 되는 외국과 달리 우리는 12월에 태어난 아이가 설을 쇠면 2개월도 안됐는데 두 살이 된다. "엄마 뱃속에서 보낸 열달을 더하기 때문"이라는 어른들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이게 과연 합리적인지 의문이 든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는 한국나이를 입력하면 만나이로 환산해주는 다양한 앱이 검색될 정도다.

민법을 비롯한 각종 법규나 공문서작성에는 만나이를 적용하면서 일상에서는 집나이를 쓰다보니 혼란이 발생한다. 일례로 우리는 흔히 "여덟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고 말하지만 초중등교육법 13조는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6세로 규정하고 있어 만나이와 집나이의 충돌이 생긴다. 똑같은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학교서류에는 6세로 기록되지만 집에서는 여덟살이다. 지난해에는 이런 혼란과 불편을 줄이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자며 청와대 홈페이지의 만나이 법제화 국민청원에 수천명이 서명버튼을 클릭했고 올해도 신년벽두부터 나이 셈법을 만나이로 통일하자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전세계가 만나이를 사용하고 같은 동양문화권의 중국과 일본은 물론 북한도 만나이를 쓴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부가 앞장서서 변화를 이끌지 못하는 것은 오랜 전통과 관습의 무게감 때문일 것이다. 지번주소를 도로명주소로 바꾸는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고 아직도 거부감이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집나이, 만나이 논쟁은 어느 것이 옳고 그름을 떠나 변화와 혁신이 얼마나 지난한 문제인지를 보여준다. 거창한 국가정책이나 사회현상만 그런 것이 아니라 기업운영이나 심지어는 개인생활도 비슷하다. 나의 예를 들자면 초기의 PC운영체계였던 MS-DOS를 간신히 손에 익혔는데 갑자기 윈도라는 새로운 운영체계가 등장했을 때 '아니 이걸 또 배워야하나' 하는 불평이 생겼고 그런 반감은 업그레이드 된 버전의 윈도가 출시되어 PC에 깔릴 때마다 반복됐었다. 하지만 약간의 수고를 들여 새버전의 사용법을 익히면 훨씬 편하고 효율적이었다는 것을 나는 기억한다. 그 '약간의 수고'를 감당하지 않으려다 오히려 더많은 비용과 시간을 지불했던 것은 아닌지 나의 젊은 직장생활을 반성하게 된다.

변화와 혁신에 필요한 '수고'를 적절하게 배분해서 특정인이나 특정계층에게 쏠리지 않게 하고 또 그로 인한 '수확'을 공정하게 배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기업이이든 사회든 지속적성장이 가능하다.

필자는 지난해 9월에 대전의 대표적인 공기업인 대전도시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공기업으로서 공익적 가치에도 충실하고 동시에 지속경영을 위한 수익모델도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의 변화와 혁신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 1월 1일자로 조직개편을 단행해 일단 하드웨어 준비를 마쳤고 올해 상반기 중에는 중장기 경영전략을 새로이 수립해서 소프트웨어의 변화까지 계획하고 있다.

갑천친수구역, 유성복합터미널 등 아직 절차적으로 무르익지 않은 사업추진 때문에 도시공사를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시선이 차갑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조직구성원 모두가 변화와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로 한걸음씩 전진중인 만큼 조금만 더 인내를 갖고 지켜봐 주시기를 바란다. 자신 있게 드릴 수 있는 약속은 변화와 혁신에 필요한 수고는 도시공사가 감당하고 그 수확은 오롯이 시민에게 돌려드릴 각오라는 점이다.

다시 처음의 화제로 돌아가자면 나 역시 집나이를 사용하는데 거부감이 없었지만 不惑(40)과 知天命(50)을 지나 耳順(60)이 가까워지고 나이의 무게가 느껴지자 만나이가 합리적이란 생각이 들었노라고. 유영균 대전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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