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역 청소노동자가 수서역에 들어오는 열차에 허리숙여 인사하는 모습. 사진=SNS캡쳐
수서역 청소노동자가 수서역에 들어오는 열차에 허리숙여 인사하는 모습. 사진=SNS캡쳐
지난 11일 대전에 사는 최모(57·여)씨는 부산에 있는 병원에 진료를 받기위해 SRT 열차에 올라탔지만 출발 후에야 반대방향 열차에 탑승했음을 알아차렸다. 열차는 종착역인 수서행 직통열차로 중간에 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던 최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수서역까지 갈 수밖에 없었다. 다시 부산행 열차를 예매하기 위해 열차 객실승무원의 도움을 받아 앱을 켰지만 열차는 모두 매진 돼 있었다. 하지만 SRT 열차는 규정상 입석표를 판매하지 않아 수서역에 내려 다시 1시간 가량 소요되는 서울역에서 KTX를 타야만 했다.

최씨는 "객실장에게 자세한 상황을 설명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뿐이었다"며 "스마트폰 앱 예매로 밤 열차가 일찍 매진되고 입석 표마저 팔지 않으면 스마트폰 이용이 서툰 사람들은 어떡하라는거냐"고 말했다.

수서고속철도 SRT가 개통된 지 1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입석 표 비판매, 잦은 고장 등으로 이용객들의 빈축을 사고있다.

SR은 입석표를 판매하지 않는 이유로 승객안전과 쾌적한 열차환경을 들었다. 입석표를 판매하면 안전을 위해 열차 운행 속도를 줄여야 해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단 설·추석연휴 등 명절 대수송기간에만 일부 열차에 입석을 역창구에서만 판매를 하고 있다.

문제는 앱 이용이 익숙치 않은 중·장년층은 스마트폰 예매자에 밀려 열차 이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정기승차권 이용자에게만 입석 탑승을 허용하고 있어 매진시 사실상 열차를 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잦은 고장도 승객들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12시 30분 쯤 398명의 승객이 탑승한 부산행 SRT 열차가 대전역에서 갑자기 멈추는 사고가 있었다. SR은 승객들을 KTX에 나눠 탑승하게 하는 등 조치했지만 지연은 물론 목적지까지 서서 가야하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다. 앞서 이 열차는 평택 지제역에서도 2번 객차에 이상이 생겨 약 15분 간 정차한 전적이 있는 열차였다.

지난 11일에는 SNS에서 SRT 청소노동자가 승객들에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모습이 화제 돼 `과잉 친절`이라는 구설수에 올랐다. 논란이 일자 운영사인 SR은 즉시 청소노동자의 인사를 중단시켰다.

또 승객이 모두 내리면 15분 내에 열차 청소를 모두 마쳐야 하는 `15분 청소` 서비스를 시행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SR 관계자는 "일본의 쾌적한 열차 서비스를 벤치마킹 하자는 게 SRT의 서비스 컨셉이었다. 청소노동자의 인사나 15분 청소 서비스도 같은 맥락"이라며 "인사를 하지 않으면 초심을 잃었다는 민원이, 인사를 하면 불편하다는 여론이 일어 회사측에서도 고심중"이라고 말했다.

일본 JR의 신칸센은 열차 칸 중 1-4 차량을 자유석(입석 포함), 5-15 차량을 지정석(입석 불가)로 운영해 승객의 쾌적한 이동을 우선하고 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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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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