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개헌 선진국을 가다] ④ 푸른도시 살린 자치재정 개헌(일본)

미나토미라이21은 조선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본격적으로 도시재생이 시행된 곳이다. 지구 내 남아있는 조선소 도크의 흔적. 사진=부산일보 김백상 기자
미나토미라이21은 조선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본격적으로 도시재생이 시행된 곳이다. 지구 내 남아있는 조선소 도크의 흔적. 사진=부산일보 김백상 기자
우리에게 `돌아와요, 부산항(1972년 발표)`이 있다면, 일본에는 `블루라이트 요코하마(1968년)`가 있다. 두 곡 모두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항구도시의 정서가 듬뿍 담긴 대중가요다. 당시만 해도 부산과 요코하마는 둘 다 국내 최대 항구도시로 닮은 구석이 많았다. 하지만 한 도시는 위기를 맞고 있고, 한 도시는 성장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390만 명에 달한 부산 인구는 지금은 350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요코하마는 같은 시기 330만 명이었던 인구가 되레 373만 명으로 늘었다. 요코하마의 성장은 `미나토미라이21`이라는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이 비결이었다. 그리고 이 사업은 지방분권을 뒷받침하는 헌법이 원동력이 돼 가능했다.

◇도시의 운명을 바꾼 도시재생 = 요코하마의 심장인 `미나토미라이21` 지구에 들어서면 도시적 세련미에 감탄하게 된다. 일본 두 번째 초고층 빌딩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296m)`를 비롯해 수십 층의 고층빌딩들이 조화롭게 해안 도심을 채우고 있다. 비즈니스 타워부터 호텔, 쇼핑몰, 공연장은 물론 `코스모월드`라는 대형 놀이동산까지 들어서 있다.

놀라운 건 이들의 조화다. 바다에 가까울수록 건물이 낮고 하얀 외벽을 가진 곳이 많다. 바다와 멀어질수록 건물은 높고 색은 짙어진다. 그 덕에 도심 전체가 하나의 스카이라인을 그리고 있고, 통일성을 갖춘 건물들이 도시에 세련미를 더하고 있다.

여기에 곳곳이 녹지다. 건물 간격이 넓고, 곳곳에 공원과 쉼터가 있다. 1.86㎢의 구역 내 건물은 47%에 불과하다. 공원 등 녹지의 비중이 무려 25%이다. 대도시 최고의 금싸라기 땅에 이렇게 녹지가 많은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곳은 원래 조선소가 있던 공업단지였다. 일본 조선업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감지되던 1983년 미쓰비시 조선소를 옮기는 데 정부와 지역사회가 합의가 이뤄져 본격적인 재생사업이 시작됐다. 지역 주민의 의견을 최우선시해 난개발을 피하고 지속가능성이 보장된 도심을 만들겠다는 게 게 사업의 핵심이었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다. 현재 입주기업은 1780여 개에 달하고 고용인원도 10만 명을 훌쩍 넘는다. 2010년보다 입주기업은 400개가량, 고용인원 3만 명가량 늘어났다.

사업주체 중 한 곳이 법인 `미나토미라이21`의 우르시 미나 위원은 "연 관광객도 7700만 명이다. 지금도 대규모 거리 구역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며 "지역에 필요한 것을 제일 잘 아는 지역 시민의 뜻이 반영돼 가능한 성장이다"고 말했다.

◇지역 스스로 이뤄낸 번영 = 미나토미라이21의 성공비결은 `조화로운 개발`과 이 기조를 꾸준히 유지해온 `지속성`이다. 지역사회가 사업의 주체가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1947년 신헌법이 제정되면서 현대적 형태를 갖춘 지방자치를 바탕으로 지역 사회가 직접 꿈꾸는 도심을 그려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헌법을 토대로 한 지방분권추진법의 시행으로, 국방 같은 전국적 사안이 아니라면 지역의 일을 지역에서 주체적으로 처리한다는 원칙이 확고히 서면서 맺은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미나토미라이21 일대의 개발 논의는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당시 정부안은 쇠퇴하는 공업지역을 빌딩 숲으로 대체하는 것이었고, 지역 사회는 반대했다. 그러다 1980년대 요코하마시와 지역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미나토미라이21 개발 계획을 세워 사업이 현실화했다. 그 덕에 철저히 지역사회 중심으로 도심재생이 진행됐다. 건물 하나하나의 색감도 시민의 의견을 구해 결정했고, `미래의 항구`라는 뜻의 사업 명칭도 주민공모로 얻었다.

미나토미라이21는 국책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요코하마시 그리고 토지소유자·지역 기업 등 민관 차원에서 출자한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와 함께 중앙정부도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사업 관리 및 조정 업무를 비롯 기반시설 건설까지 큰 틀을 철저히 시가 맡고 있다. 상업시설 등의 전반적인 관리는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가 담당한다. 정부의 역할은 공공청사 건설 같은 것에 머물러 있다. 운영자금도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지역 민간사업자들이 내는 운영비, 자체 수익사업으로 각각 3분의 1씩 충당된다. 전적으로 지역사회 중심으로 움직이는 구조다.

이러다 보니 지역 내 주체성과 책임감이 생기고, 이상적인 도시재생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단순 돈벌이 개발사업이 아니라 부가가치 창출과 살기 좋은 환경을 동시에 추구하게 도심재생이 된 것이다. 실제 요코하마에 터를 잡은 이들이 중심이 되니 사업의 방향이 틀어질 일도 없었다.

부산시 박동석 기획담당관은 "미나토미라이21은 자율권을 확보한 지역사회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먼 미래를 내다본 요코하마 시민의 성숙함도 중요했다"며 "지역의 대형국책 사업들이 중앙행정의 무관심 또는 간섭으로 갈팡질팡하는 경우가 많은 국내와 비교하면 굉장히 부러운 일이다"고 평가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일본 요코하마=부산일보 김백상 기자·정리=대전일보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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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두번째로 높은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의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 지구의 풍경. 지역이 자율성을 갖고 추진한 이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요코하마는 성장하는 도시의 발판을 만들었다.  사진=부산일보 김백상 기자
일본에서 두번째로 높은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의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 지구의 풍경. 지역이 자율성을 갖고 추진한 이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요코하마는 성장하는 도시의 발판을 만들었다. 사진=부산일보 김백상 기자

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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