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칭' 수천만원 편취 화폐 구입후 현금화

가상화폐가 보이스피싱 피해금 인출에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기존 보이스피싱은 인출책이 돈을 직접 은행에서 찾아야 했지만, 가상화폐를 이용하면 이 절차가 생략돼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현금화가 쉬운 점을 악용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대전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A씨는 보이스피싱을 당했다. A씨에게 접근한 방법은 다른 보이스피싱 수법과 같았다. 검찰을 사칭한 사기범은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고 있으니 조사가 끝날 때까지 계좌의 돈을 보관해주겠다는 말로 A씨를 현혹했다.

사기범에게 속은 A씨는 알려준 계좌로 6100만 원을 송금했는데, 이 계좌가 기존 보이스피싱 범죄에 주로 쓰이던 대포통장이 아닌 가상화폐 중개인과 사기범이 거래를 하던 계좌였던 것. 사기범은 가상화폐 중개인과 거래를 튼 후 신뢰를 쌓았고, A씨에게는 자신이 지정한 명의로 계좌에 돈을 송금할 것을 요구했다.

A씨는 자신의 명의가 아닌 사기범이 알려준 명의로 송금을 했고, 중개인은 전에도 거래를 한 만큼 입금된 돈으로 가상화폐를 구매해 사기범에게 전달했다. 사기범은 이를 현금화 한 뒤 잠적했다.

비슷한 시기 서울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돈을 보관해주겠다는 사기범의 말에 속은 B씨는 대포통장 3곳과 가상화폐 거래소와 연계된 가상계좌로 총 8억 원을 송금했다. 이는 보이스피싱 사상 1인 기준 최대 금액이다.

대전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은 대부분 중국에 기반을 두고 있어 사건의 총책을 붙잡는 것 자체가 어려운 범죄"라며 "대포통장을 이용하면 인출책이 은행을 드나들기도 해 이 과정에서 경찰이 인지해 이들을 붙잡기도 했으나 이번 사건의 경우 그런 과정이 없어 수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이 과정에서 중개인과 A씨가 계좌에 남은 2100만 원에 대한 소유권을 다투고 있다는 점이다. 중개인과 사기범이 거래하던 계좌의 1일 출금한도액은 4000만 원. 중개인은 가상화폐의 가격이 시시때때로 변하는 만큼 고객(사기범)의 편의를 위해 출금하지 못한 돈 2100만 원을 지인에게 빌려 가상화폐를 구매, 사기범에게 전달했다. 한도가 풀리는 다음날 2100만 원을 출금해 지인에게 갚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가 범죄 사실을 알아차렸고 계좌에 대한 지급 정지를 요청해 계좌의 돈은 출금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A씨는 범죄의 피해자인 만큼 2100만 원이라도 돌려 받기 위해 중개인은 자신이 범죄에 악용된 사실을 모른 선의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돈의 소유권이 자신의 것이라는 주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돈의 소유권에 대해서는 경찰이 개입할 일이 아니다. 두 사람 모두 사기범에게 당한 피해자"라며 "금융감독원을 통해 2100만 원의 소유권을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김달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달호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