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정권 시대 `대통령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옥살이를 했던 3명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긴급조치를 위헌으로 판단한 것에 따른 결정이다.

대전지방법원 제12형사부(박창제 부장판사)는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기소된 3명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975년 4월 초 대전교도소 인쇄공장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힘든데 이는 정부에서 전부 착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고, 같은 해 5월 30일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그만두고 새 영도자가 나와야만 국민이 살기가 나을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시는 당시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또 B씨는 같은해 9월 29일 "이북 청년들을 동원해 청와대 습격을 하려고 했던 사람이다. 돈 보따리를 싸다가 박정희를 줘서 살게됐다"는 발언을 해 기소됐다. B씨도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C씨는 지난 1978년 9월 서울 동대문구 자신의 집에서 "유신헌법으로 인해 반공교육에 차질 있다"는 제목의 서신을 청와대로 보내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 6월,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다.

재심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적용법령인 긴급조치 제9호가 당초부터 위헌·무효이어서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13년 4월 18일 "긴급조치 9호는 발동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긴급조치 9호는 해제 내지 실효되기 이전부터 유신헌법에 위반돼 위헌·무효이고, 현행 헌법에서 보더라도 위헌·무효"라고 판결했다.

긴급조치 9호는 유신헌법 철폐와 정권퇴진을 요구하는 민주화운동이 거세지자 이를 탄압하기 위해 1975년 5월 13일 선포됐다. 유언비어의 날조·유포, 사실의 왜곡·전파행위 등을 금지하고, 집회·시위 또는 신문·방송·통신에 의해 헌법을 부정하거나 폐지를 청원·선포하는 행위 등을 금지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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