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지인의 초대로 대형유통업체에 있는 음식점을 방문한 적이 있다. 평일인데도 15분정도 기다려 식당에 입장할 수 있었다. 식당으로 향하는 유통업체 내부 풍경은 소비자들로 꽉 차 있어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 때 들었던 생각이 소비자들은 대형 유통업체를 이렇게나 많이 이용하는데, 과연 대형 유통업체는 지역에 기여를 얼마나 하고 있는 지였다.

그보다 앞선 2012년, 지역공동체와 동반성장하는 `지산지소(地山地消) 프로젝트`라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대형유통업체의 지역상품 입점현황 등 지역기여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전시에서 대형유통업체의 지역기여도와 사회공헌도를 발표하는 것을 눈여겨 보았다. 2012년당시 지역기여도는 매출액 대비 4%도 안 되는 지역기여도와 0.25% 안팎의 사회 공헌도를 보였다. 그렇다면 최근에는 어떨까.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지역기여도 5% 남짓, 사회공헌도는 0.28%로 아주 미미한 변화를 볼 수 있었다. 조금 오르기는 했으나, 5년 여 시간에 비해 아주 적은 상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대전시와 유통업체 관계자들과의 회의가 있을 때마다 지역상품매장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리고 대형 유통업체들이 어떤 이유로 지역사회에 기여가 어려운 지에 대해 점장 면담을 요청했다. 유통업체에서도 그러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8개 대형유통업체 중 유일하게 백화점 세이 관계자만 면담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러한 점들이 지역에서의 연 매출액이 2조 70000억을 넘어서는 대형유통업체들의 지역 소비자들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단면이 아닐까. 일반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소비하는 것이 `기업의 배`만 불리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더 나아가 `상생`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등 이러한 상황들을 더 알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더욱 소비교육이 있을 때 대형유통업체의 지역기여도와 사회공헌도를 짚어 주고 있다. 그리고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을 이용해야 지역경제 선순환을 유도할 수 있고, 대형 유통업체의 변화를 `소비자가` 직접 이끌어 낼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를 비롯한 소비자학과 교수들은 올해의 소비자 트렌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WAG THE DOGS)`로 설정했다. 주류가 아닌 비주류가 부각되는 현상을 고려해 설정했다고 한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여태까지 대형유통업체가 주류로 생각하고 정작 지역소비자들에게는 소홀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올해는 필자도 주권자로서의 소비자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소비자의 선택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대형유통업체도 지역경제 선순환에 따른 지역기여도와 사회공헌도를 높이고자 하는 진정성 있는 상생의 대책을 기대해 본다. 안경자 소비자시민모임 대전지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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