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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광장] 청소년은 반인반수! 그들에게 생기리

2018-01-21기사 편집 2018-01-21 16: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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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병은 사춘기 청소년들이 흔히 가지게 되는 불안이나 가치관혼란 등으로 겪게 되는 심리적 상태로, '난 남들과 달라' '난 남보다 훨씬 우월해' 등의 '허세'를 부리는 사람을 의미한다. 심리학자 Stanley Hall은 1902년 출간된 저서 '청소년기(Adolescence)'를 통해 "청소년기는 새로운 탄생이다. 몸과 영혼의 새로운 특징이 출현한다."고 하면서'폭풍과 스트레스''청소년기의 혼란'으로 개념화했다.

Elkind(1967)는 Piaget가 제시한 인지발달이론을 확장하여 청소년기에서만 나타날 수 있는 인지․행동의 특성으로 청소년기의 '자아중심성'을 주장하였다. 현재 이 개념은 청소년기 인지발달의 중요 가설이며, 항상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 자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믿는 경향성인'상상의 청중'과 자신은 남들과 다르다는'개인적 우화'현상이 청소년기에 나타난다.

이렇듯 청소년기는 몸이 '사춘기'라는 사건을 통해 성적으로 성숙해지는 동안 정신은 이러한 변화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자아성찰을 시작하지만, 위험한 행동과 기분의 변덕스러움 등이 출현하는 취약한 시기이다. 어쩌면 행동과 정서 조절의 어려움으로 중2병을 앓고 있는 청소년들은 켄타우로스처럼 반인반수에 가깝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켄타우로스(Centaurus)는 수인(獸人)으로 문명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짐승처럼 사는 상상의 종족이다. 상반신은 사람으로 덕성과 판단력이라는 인간의 고귀한 본성을 가지고 있으나, 말로 이루어진 하반신은 남성적인 힘과 인간의 저열한 본성으로 드러난다. 그들은 대초원에 무리를 지어 살면서 대부분 성질이 난폭하고 음탕하지만, 켄타우로스 종족 중 케이론은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남매로부터 가르침을 받아 의술, 음악, 수렵, 예언에 능통한 인간의 모습을 배우게 된다.

2012년 개봉된 영화 '늑대소년'에서 건강상의 문제로 요양을 위해 시골로 이사를 간 소녀는 어둠 속에서 야생의 눈빛으로 짐승처럼 행동하는 늑대소년을 발견한다. 반인반수인 늑대 소년은 평화로울 때는 인간으로, 위험한 공포의 상황에서는 늑대로 변신한다. 소녀는 그에게, "잠깐만, 기다려"등의 언어로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들을 하나씩 가르친다.

필자도 센터에서 반인반수 상태의 청소년 내담자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야생사자의 눈빛을 가진 청소년, 짐승의 분노만 몸에 남은 청소년, 동물원에 갇혀 죽어가는 야생동물처럼 지친 청소년들도 있다. 때로 만나자마자 상담실 문을 박차고 나가버리거나, 심지어는 욕을 하기도 한다. 그 때 필자는 잠시 늑대소년을 가르친 소녀의 마음이 되어야 한다. 잠시 이성을 잃어버리면, 나 또한 짐승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상담 현장에서 중2병을 앓는 청소년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자녀가 짐승이 되는 순간, 부모조차도 함께 짐승처럼 되어서 집안이 동물의 왕국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반인반수인 케이론이나 늑대소년이 짐승에서 인간으로 변화하는 상황은 비슷하다. 그들을 깊이 사랑하는 대상에게서 사랑받고 사랑하는 관계 경험과, 언어를 통한 정신화의 과정을 통해 짐승에서 인간으로 변화한다.

유아기의 부모역할이 양육자라면, 반인반수 상태로 존재하는 청소년기의 부모 역할은 상담자이다. 상담자로써 가장 중요한 태도는 상대방에 대한 무조건적 존중과 경청, 공감적 이해를 하는 것이다. 전국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는 청소년을 상담자로 훈련하기 위해'생(생각).기(기분).이해한다(리)라는 기법을 가르친다. 상대방과 이야기할 때 자신을 내려놓고, 그의 생각과 기분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가 만나는 청소년들이 짐승으로 변환하는 순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은 발달상의 여러 가지 어려움과 불안과 공포 속에 있음을...그 때 '생기리'로 청소년을 대한다면 언젠가는 '수인'에서 고귀한 품성을 지닌 인간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류권옥 세종특별자치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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