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희 충남도 농정국장. 대전일보 DB
박병희 충남도 농정국장. 대전일보 DB
쌀 과잉생산에 따른 수급 불균형 문제는 2000년대 이후 계속된 문제로, 충남도를 비롯해 우리나라 농업이 안고 있는 난제 중 하나다.

시간을 1년 전으로 뒤돌려 지난해 1월 쌀산업 상황을 상기해 보자. 10월부터 12월까지 수확기 쌀값이 30년 전 수준으로 하락해 가마당 13만 원 이하로 거래되던 시기다. 농민단체는 쌀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쌀 생산조정제 도입을 촉구했으며, 국회에서도 여야 공동의견으로 통과됐다. 이는 벼를 심었던 논에 타작물을 심으면 일정 금액을 지원해 주는 제도로 구조적인 쌀 공급과잉을 막을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농업현장에서의 쌀 생산조정제 도입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우선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생산할 경우 ㏊당 일정 금액을 지원한다고 해도 쌀 보다 수익이 더 늘어나지는 않는다. 재배와 수확 과정이 쌀 보다 쉽지가 않을 뿐더러 쌀과 달리 수확 후 판매도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쌀 생산조정제 도입을 농민단체가 제안한 것은 더 이상 쌀의 가치하락과 수급불균형에 따른 산업적 불안을 간과할 수 없다는 데서 비롯됐다.

이런 결단에 발 맞춰 정부도 적정 소비량에서 10만t이 많은 37만t을 격리조치 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단행했다. 그 결과 올해 수확기 쌀값은 다소 회복돼 16만 원을 바라보고 있고, 단경기에는 17만 원 이상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상황이 반전되다 보니 쌀값 하락으로 절박하던 농민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음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사실 쌀에 대한 소득보전 제도는 가마당 18만 8000원이라는 목표가격이 설정돼 있어 쌀값이 지난해 수준 이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98%까지 보전 받도록 설계돼 있다. 또 연간 150여 일의 농사기간에도 기계화로 인한 노동투입이 적어 10a당 노동시간이 10.8시간에 불과하고, 노동시간당 소득은 5만 1941원으로 시설채소를 포함한 모든 작물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소득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쌀 수급균형으로 일정가격만 유지 된다면 굳이 논 타작물 재배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이 같은 특단의 대책으로 과연 쌀시장은 안정됐는가? 구체적인 쌀 수급불균형 상황을 들여다보면 1인당 쌀 소비량은 연간 61.9㎏으로 국민이 하루에 소비하는 쌀은 가공용을 포함해서 대략 1만t 수준이다. 연간 375만t만 생산되면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지만, 평년작 이하의 생산량을 보인 올해만 해도 397.2만t이 생산돼 22만t이 과잉생산 됐다. 여기에 의무수입량 40.8만t까지 포함하면 63만t이 과잉공급된다. 이는 올해 충남쌀 생산량 72.1만t의 88% 정도가 매년 남게 되는 구조다. 그 결과 올해는 지난해 쌀값보다 20% 이상 상승했음에도 농민단체가 적정가격으로 요구하는 24만 원의 65% 수준인 15만 원을 조금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누적재고 해소를 위해 공공비축용으로 ㎏당 1825원에 수매한 정부양곡을 파쇄현미로 가공해 1㎏당 206원에 가축사료용으로 판매한다. 물량은 지난해 43.8만t에 이어 올해 78.3만t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는 전국 2위 쌀 생산량을 차지하는 충남의 생산량보다 많은 물량이다. 쌀 10만t당 관리비용 316억 원까지 감안하면, 사료용 쌀 판매가격 인하 및 가공료 등으로 대략 2조 원의 국비 손실비용이 생기는 것이다.

필자는 수급불균형 상황을 끊기 위해 쌀생산 조정 의지를 다시 한 번 상기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금년 쌀 생산량이 올해 수준으로 돌아간다면 쌀값하락의 악순환은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쌀 전업농과 들녘경영체 등 대농가를 중심으로 타작물 재배에 적극 나서야 한다.

도는 올해에도 화학비료 적정시비와 삼광벼 중심의 고품질쌀 생산으로 단위면적당 생산량 감축을 도모하는 한편, 정부정책에 부응해 ha당 평균 340만 원의 타작물 재배 소득보전 지원사업과 별도로 타작물 생산에 필요한 기반조성 및 장비지원에 1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 연초부터 실시되는 농업인 실용화 교육에 논 타작물재배 기술교육을 강화하고, 기계화가 갖춰진 조사료 생산 경영체와 연계해 논 조사료 재배 확대와 수확에 농가의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특히 타작물의 판로확대 방안 마련을 위해 계약재배와 학교급식 활용을 확대하고, 특정 품목의 쏠림 현상이 없도록 대체작물의 경제성을 높여나가는 데 행정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쌀 생산조정제의 강점인 쌀 수급안정을 꾀하고, 쌀을 제외할 경우 각각 3.3%와 9.8%에 불과한 곡물자급율·식량자급율을 높여 밭작물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약점으로 지목되는 대체작물 과잉 수급의 부정적인 영향을 차단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의, 쌀 생산조정제 연착륙에 심혈을 기울여 쌀값 안정은 물론 농가들의 소득증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더불어 쌀 수급균형을 위해 지속적인 타작물재배 기반을 마련해 쌀을 제외한 식량과 조사료 자급율 제고 정책에 농업인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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