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요즘 가장 핫한 아이돌그룹이다.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작년 초만 하더라도 아이돌 문화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는 BTS라는 약간은 생소하게 다가왔을지 모르지만, 이젠 누구나 알 수 있는 세계적인 그룹으로 성장했다. 유튜브에서 1억뷰가 넘는 영상이 11개나 되고, 트위터 팔로워 수는 1천만 명이 넘는다.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음악지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의 7위에 진입했고, 2017년 5월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저스틴 비버를 제치고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받았다.

방탄소년단은 2013년 6월 13일 7명의 남성 아이돌그룹으로 데뷔했고, 소속사는 작곡가 방시혁이 이끄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다. 소위 잘 알려진 3대 기획사가 아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남다른 이유이다. 주목할 것은 방탄소년단이 기존 아이돌 그룹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1천만 명이 넘는 트위터 팔로워와 함께 `아미(ARMY)`라는 팬클럽을 통해 전세계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이어가는 것은 철저한 기획이나 마케팅만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이다. 특히 해외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콘텐츠를 자국어로 번역해서 전파하는 등 `군대`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 아울러 방탄소년단이 화려한 주목을 받기 전부터 <학교 3부작>과 <청춘 3부작> 등을 통해 꾸준하게 우리 시대의 현실을 담은 이야기를 노래함으로써 자신들만의 스토리텔링을 만들어왔다는 점이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비결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흔히 `칼군무`라고 부르는 화려한 퍼포먼스, 둘째, SNS를 활용한 팬들과의 자연스러운 소통, 셋째, 추상적인 사랑 노래나 무조건적인 현실 비판이 아니라 일상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가사 등이다.

이 중에서도 퍼포먼스는 전문 영역으로 제쳐 놓더라도, SNS 소통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듯하지만 쉽지 않은 영역이다.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이동하는 중간에 틈틈히 자신들의 일상을 SNS에 올리면서 팬들과 자연스러운 소통을 이어가는 것이다. 자신의 일상을 올리고, 그 행위를 꾸준하게 반복한다. 그리고 그 일상은 자연스러운 행동과 몸짓, 언어가 담겨 있는 것들이다. 이 과정에서 팬들은 우러러보거나 막연한 동경으로 바라보던 스타로서가 아니라 내 삶의 가까운 곳에서 일상을 공유하는 일종의 `친구`로 여기게 된 것이다. 일상성과 지속성, 친밀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적절하게 담아냄으로써 아이돌그룹과 팬클럽을 거의 하나의 유기체로 통합하는 효과를 갖는다. 다른 기획사들이 통제와 검열을 통해 아이돌그룹을 관리했다면, 방탄소년단은 멤버들이 갖는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노랫말에 있어서도 청년 세대의 현실과 고민을 구체적으로 풀어내거나 아동청소년 폭력 문제 등 사회적 가치를 담아내는 등의 차별화된 지점을 보여준다. 이는 가수의 정체성과 관련된 부분이다. 누군가 만들어준 노래를 단순히 기계처럼 부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 속에서 만들어내는 노래를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이것은 과거 `진정성`이라는 표현으로 이해되었고 지금은 많이 잊혀진 단어라 하더라도, 여전히 대중들에게는 진정성이 갖는 가치와 무게는 남아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아이돌 기획사의 `상품`이 아닌 동시대를 고민하는 사람으로서 `가수`가 되고자 했다. 상품은 기획에 의해 만들어지고 팔리지 않으면 바로 폐기 처분한다. 아이돌문화의 그늘은 모두 여기에서 출발한다. 소수의 성공 신화를 꿈꾸는 가운데 수많은 아이들이 군대보다도 심한 합숙을 강요당하는 게 현실이다. 방탄소년단은 진짜 가수의 길을 선택했다. 자신들의 삶을 노래하면서 이야기를 하나씩 만들어갔다. 수 년 동안의 경험은 멤버 각자와 방탄소년단이라는 팀의 상호조합을 완성시켰다. 경쟁과 성공이라는 단순한 지배적 논리가 아니라 배려와 겸손, 일상, 고통 등 다양한 가치와 의미를 갖는 논리를 경험한 것이다. 팬들과의 소통 과정에서 그러한 멤버 각자의 자율성과 능동성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어쩌면 방탄소년단(防彈少年團)은 이름에서 보여주듯이, 지구상에서 온갖 전쟁을 치루는 이들을 대신해 수많은 총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건지도 모른다. 누구 한 사람 손 내밀어주지 않는 세상에서 우리는 방탄소년단과 `친구`가 되었다.

-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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