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중순 즈음, 영국 남동부에 건설된 뉴타운 `밀톤키인즈`를 취재 차 방문한 적이 있다. 전체 면적의 40%에 달하는 지역이 녹지에 덮여 있는 이 도시는 건물이 220만 그루의 버드나무와 소나무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고, 특히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차로 옆 인도가 없어 이 곳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 대부분은 어디로 가야할지 어리둥절해 한다.

무엇보다 다른 도시와 차이점은 그리드(grid) 격자형 도로망과 라운드어바웃(roundabout 회전식 원형 교차로)이라는 체계적인 교통망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 도로는 중앙선을 사이에 두고 차량들이 서로 오가지만 밀톤키인즈는 도로 중앙선 자리에 넓은 녹지 공간을 조성해 상행 차로와 하행 차로를 따로 구분하는 독특한 교통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또 그렇게 만든 차로 옆에 넓은 주차장을 조성하고, 그 옆에 인도와 자전거 도로, 대형 상가나 건물들이 들어서는 도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장기적인 개발 계획 아래 숱한 어려움을 딛고 50년이 지난 지금 밀톤키인즈에는 1만 개가 넘는 기업체 본사가 들어왔고, 매년 세계에서 수많은 단체와 도시 플래너들이 방문해 벤키마킹하는 신도시 개발의 세계적인 모델로 자리잡았다.

무술년(戊戌年), 내포신도시 문패를 달고 충남도청이 첫 이삿짐을 푼 지 6년째 접어들었다.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나름 계속 발전을 거듭하고는 있지만 내포신도시는 지금 성장을 위한 몸살을 앓고 있다. 여전히 부족한 생활 인프라와 지리적 여건상 주변 도시와의 단절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주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종합병원과 대학은 물론 주유소와 대형마트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 조차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입주하기를 꺼리고 있다. 특히 지역민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축산악취 문제와 고형폐기물연료(SRF)를 사용하는 열병합발전소 문제는 지역의 가장 뜨거운 감자로 아직도 뚜렷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내포신도시는 지금 정착을 위한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 93개의 기관·단체가 자리를 잡았고, 인구도 지난해 11월 말 기준 2만 2643명으로 도청 이전 직전 509명의 44배를 훌쩍 넘겼다. 또 오는 2020년 부지 조성이 완료되는 도시첨단산업단지에는 산업용 로봇과 자동차 부품업체 등 4개 기업이 터를 잡고, 자동차 대체부품 인증센터와 기술지원센터도 올해 국비를 확보, 건립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내포신도시는 도시 건설의 기반을 생태도시, 안전도시, 유비쿼터스 도시기반을 도시계획의 기초로 잡고 있다. 여기에 첨단산업도시와 통합형 행정도시, 그리고 건강복지도시를 주요 개발 방향으로 설정하고, 충남발전을 선도하는 중심도시로 건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과거 융성했던 내포문화권의 역사를 계승하고, 환황해권 시대의 선도자적인 역할을 수행할 내포신도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정치적인 이해관계보다는 인간중심의 도시철학을 담은 정책과 실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영국에서 만난 닐 세인스버리(Neil Sainsbury) 밀톤키인즈 도시개발 총책임자는 내포신도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논리적이고 확고한, 공유된 비전을 가지고 어떻게 성취해낼 것인가에 대해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아주 밀접하게 대화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필요한 모든 인프라스트럭처를 초기에 한 번에 빠짐없이 꺼내놓고 그것부터 해결해야 한다. 도로나 학교, 펼쳐진 들판이나 공간들, 건강이나 보건 관련 기관들, 그리고 일자리 등이 주택 건설보다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 주택 건설이 실제로 시작되고 나서 나중에 뭔가를 추가하려고 한다면 지속성 있는 도시 건설을 하는 것이 어렵다"고 조언했다.

꼭 귀담아 들을 이야기다. 내포신도시가 올 한해 세종시 블랙홀과 정부의 타 지역 혁신도시 지정 등 많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환경친화적이고 살고싶은 도시, 대한민국 신도시의 새로운 모델로 한층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송원섭 충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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