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열린 A(5)양 추모제에서 아파트 주민들이 도로교통법 개정을 요구하는 성명서에 서명하고 있다. 조수연기자
18일 열린 A(5)양 추모제에서 아파트 주민들이 도로교통법 개정을 요구하는 성명서에 서명하고 있다. 조수연기자
"엄마 껌딱지 우리 딸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다른 친구들은 너처럼 아프게 보내지 않게 법으로 지켜줄게…."

지난해 10월 대전 서구 한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를 건너던 엄마와 딸이 승합차에 치여 머리를 크게 다친 딸 A(5)양이 숨졌다.

대전 소방공무원인 엄마는 꼬리뼈가 부러진 채 딸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결국 운명을 달리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 입구에서 6살 아이가 승용차에 치여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후유증을 입었다.

차에 치여 사망했음에도 현행 도로교통법으로는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 도로교통법상 아파트 단지 내 도로·공원 등은 사유지라는 이유로 12대 중과실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장소를 불문하고 약자인 어린이는 보호받아야 하지만 아파트 단지 내 차로·공원·주차장이 현행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인정되지 않아 안전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올해 도로교통법이 개정됐지만 아파트 단지 내 사고를 보호하는 내용은 빠졌다.

18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도로 외 구역 교통사고는 지난 2014년 41만 9435건, 2015년 42만 1704건, 2016년 42만 9432건으로 해마다 40만 건이 넘는 사고가 발생한다.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대전 서구 아파트도 출입문이 개방돼 있고 단지규모가 커 승용차와 유치원 통원버스가 단지 내 도로를 빠른 속도로 활보하며 일반 도로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 내 길은 법적으로 도로가 아니어서 음주 사고를 제외하면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경찰이 집계하는 교통사고 통계에도 아파트 단지 도로(사유지) 등은 도로 외 구역으로 빠져 있다.

이 구역에서는 무면허나 면허취소 상태에서 운전하더라도 사실상 처벌받지 않는 것이다.

대전 아파트단지에서 사망한 A양의 부모는 18일 사망 100일을 기려 아이가 사망한 아파트 단지 내 분수대 앞에서 추모제를 진행했다. 추모제 현장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아이의 명복을 빌기 위해 나온 주민들로 북적였다.

A양의 부모는 "죗값을 받겠다고 약속했던 가해자는 막상 금고 2년이 구형되자 약속을 깨고 변호사를 선임했다"며 "심지어 사고이후 제주도로 여행을 가는 등 처벌을 면하려는 행동들로 피해가족을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이 부모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 대리낭독에서 "널 갖기 위해 6년을 기다렸는데 이렇게 보내서 미안해"라며 "내가 그날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았더라면, 널 오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잡았다면 넌 지금쯤 내 옆에 있었을까"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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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열린 추모제에 A양을 기리는 내용의 편지가 붙어있다. 조수연기자
18일 열린 추모제에 A양을 기리는 내용의 편지가 붙어있다. 조수연기자
18일 열린 A양 추모제에서 주민들이 헌화 및 묵념을 하고 있다. 조수연기자
18일 열린 A양 추모제에서 주민들이 헌화 및 묵념을 하고 있다. 조수연기자

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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