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슈퍼마켓, 이른바 `골목슈퍼`가 줄어들고 있다. 유통구조나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변화하면서 그 자리엔 편의점이 들어서고 있다.

18일 대전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등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 대전지역의 골목슈퍼(음·식료품 위주 종합 소매업, 규모 165㎡ 이하)는 1001곳이 문을 닫았다. 2006년 2596곳이었던 골목슈퍼는 계속 감소세를 거듭하다 2012년 1987곳으로 처음 2000곳 이하로 떨어진 뒤 2016년 1595곳으로 10년 새 단 한번의 증가 없이 38.5%가 감소했다.

이와는 정 반대로 편의점(체인화 편의점)의 경우 급격히 증가했다. 2006년 292곳에서 증가세가 지속돼 2011년 593곳으로 500곳을 돌파, 2016년 879곳으로 10년 새 201.0%가 증가했다. 비체인지점까지 더할 경우 편의점 규모는 이보다 클 것이라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골목슈퍼 점주들은 우후죽순 늘어나는 편의점으로 가격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통구조 상 골목슈퍼는 물품이 대리점과 도매업체를 통해 들어오고, 편의점은 대리점을 거쳐 들어오는 만큼 유통단계가 적어 가격 경쟁이 불가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대전 유성구의 한 골목슈퍼 점주는 "슈퍼마켓의 경우 과거에는 목만 좋으면 수익이 보장이 됐는데, 최근에는 편의점만 생겨나면 매출이 반토막 나고 있다"며 "보통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 슈퍼마켓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제는 편의점이 자리를 꿰차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부에서 2010년 대책으로 내놓은 나들가게 정책도 효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과 경쟁을 벌여야 했지만 골목 곳곳에 편의점이 들어서면서 나들가게의 메리트도 떨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대전지역의 최근 4년간 나들가게 평균 폐업률은 10.1%로 나들가게 10곳 중 1곳은 문을 닫았다.

이광진 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기획위원장은 "대형 프렌차이즈가 소비자들의 수요나 소비패턴을 완벽히 분석한 상황에서 슈퍼마켓 형태의 편의점으로 들어서니 나들가게를 비롯한 골목슈퍼들이 경쟁에서 밀리게 되는 것"이라며 "나들가게 정책도 단순한 지원정책에 그치지 말고 MD, 마케팅 등 골목슈퍼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제도나 아이디어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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