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처럼 문학 읽기

문학 작품, 특히 고전이나 명작을 읽는 사람은 흔히 비슷한 처지에 놓인다. 작품의 비밀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이 그 바람을 꺾어버린다. 작가가 물려받은 문학 전통과 장르 전통, 다른 작품들과의 관계, 작가 개인의 경험과 사상, 시대 상황과 주변 환경 등 온갖 변수가 독자의 시야를 가려 작품의 실체에 도달하기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독자들을 위해 중요한 몇 가지 접근 방식과 코드, 상징, 기본 주제를 소개한다. 영미문학에서 전통적으로 쓰이는 원형, 상징, 코드와 패턴 등 거의 모든 것의 숨은 의미를 상세히 설명한다. 또 현대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몇 작품을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분석하는 실례를 통해 비평 이론이 독자들의 독서 경험을 어떻게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전문가와 독자를 갈라놓는 해묵은 담을 허무는 데 집중한다. 문학 전공자와 일반 독자를 갈라놓는 담을 허물고 현대 비평의 성과를 누구나 큰 어려움 없이 누릴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흔히 독자는 소설을 읽을 때 줄거리와 등장인물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누가 나와서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놀랍거나 끔찍한 일을 겪는지 주시하는 것이다. 독자에 따라서는 오로지 작품의 감정적인 차원에만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기쁨이나 슬픔, 즐거움이나 괴로움, 고양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고 거기에 본능처럼 휘말리는 것이다.

반면 문학 교수 정도 되는 전공자들은 작품을 읽을 때 이야기의 감정적인 차원에도 반응하지만, 대개는 다른 요소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이 작품의 감정적인 효과는 어디서 올까, 등장인물은 누구와 비슷한가, 이런 장면을 전에 본 적이 있던가 등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 책은 문학 전공자의 독서 방식을 구체적으로 보여 줌으로써 일반 독자에게는 여러 장르의 작품을 좀 더 깊고 포괄적으로 즐기게 하고, 문학도에게는 더 세련되고 다층적인 비평 안목을 갖추는 중요한 계기를 선사한다.

문학 읽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실체, 즉 이야기가 지니고 있는 본질적 차원을 파악하는 것이다. 독자는 작품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기에 앞서 이야기에 나오는 분명한, 때로는 덜 분명한 사실 자체부터 다뤄야 한다. 지나치게 독창적이거나 이야기에 나오는 실제 사실에서 크게 벗어남으로써, 문맥에 맞지 않게 어떤 내용을 해석하거나 텍스트에 제시된 이미지와 전혀 다른 이미지를 분석하는 것은 우려되는 독서 방식이다.

작가의 의도와 동떨어진 해석의 오류에서 풀려나는 것만으로도 문학 읽기의 즐거움과 의미는 배가된다. 독서에서 상상력이란, 독자가 자기의 창의성을 동원해 작가의 창의성을 만나는 행위다. 그런데 여기에 이 책에서 얻은 훈련된 시각을 보태면, 같은 작품이라도 그 속에서 전에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전망과 세계가 열릴 것이다. 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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