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미국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해 쏟아져 나온 헐리웃 영화 중 하나다. 어찌보면 식상한 주제지만 소재면에서 감미로운 클래식과 팝송, 러시아의 우아한 발레와 미국의 신나는 탭댄스의 조화가 매력적인 영화다. 주연인 미하일 바리시니코프는 실제 볼쇼이 발레단에서 활동하던 발레가로 1974년 캐나다 공연 중 망명해 미국에서 정착한 인물로 더욱 화제가 됐다.
바리시니코프가 의자를 타고 넘는 장면은 많은 이들의 기억에 각인돼 있다. 한 스포츠웨어의 국내 광고에서 이 장면을 패러디한 배우 이종원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교실에서 이를 흉내내다가 다친 중고등학생들이 부지기수고 부숴먹은 의자도 허다하다. 사실 영화보다는 주제곡인 라이오넬 리치의 `세이 유 세이 미(Say you Say me)`가 더 유명하다. 아카데미 시상식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싹쓸이한 이 노래의 멜로디는 영화를 본 적 없는 이들의 귀에도 익숙할 정도다.
또 하나 인상 깊은 장면은 주인공이 KGB 요원들을 등 뒤로 하고 미국 대사관으로 달려 들어갈 때다. 대사관은 치외법권 지역이다. 기세등등하게 쫓아가던 KGB는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총을 거두며 돌아서고 만다.
치외법권을 뒤집어보면 무법지대라는 말과 통한다. 지난해 10월 대전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교통사고로 어린 딸을 잃은 한 소방관 부부가 쓴 호소문이 최근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호소문은 도로교통법의 허점에 대해서도 말한다.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는 사유지라는 이유로 도로교통법 12대 중과실에 포함하지 않아 오히려 도로보다 더 위험하다는 얘기다. 이같은 맹점 탓에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 교통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단독주택과 같은 개인적 공간이라면 도로교통법의 잣대를 굳이 들이댈 필요가 없다. 그러나 차들의 통행이 빈번한 공동주택 단지는 도로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취재2부 이용민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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