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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훈 칼럼] ‘위안부 대책’과 일본의 어깃장

2018-01-17기사 편집 2018-01-17 18: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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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협상 요구는 하지 않되 일본 출연금 10억 엔은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겠다." 정부가 발표한 한일 위안부합의 후속조치 내용이다. 국내 여론과 일본과의 외교문제 사이서 고민 끝에 내놓았지만 이도저도 아닌 모양새가 됐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야심차게 재협상을 공약하고도 현실의 벽은 뛰어넘지를 못했다. 상대가 있는 국가 간의 협정이라 일방적으로 무효화하거나 재협상이 쉽지가 않다는 이유에서다. 어쩔 수 없어 임시방편식 봉합은 했지만 이 또한 간단치가 않다. 국내선 위안부 할머니 등이 재협상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고 일본은 일본대로 반발에 이어 어깃장까지 놓고 있다. 없애지도 못하면서 벌집을 쑤셔놓은 꼴이 됐다.

처리방향을 정해놓고도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모두를 만족시키거나 둘 중 하나라도 수긍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외교문제도 고려하고 피해자도 생각하다 보니 '합의는 수용하되 이행하지 않는다'는 어정쩡한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 위안부 TF팀까지 만들어 비공개 문서를 공개하고 외교 갈등까지 감수했지만 결과적으로 유야무야 덮어버린 모양새다. 국내 위안부 피해자와 지원단체 등에서 재협상을 요구하며 반발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피해자도 그렇고 국익에도 무슨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한 일이다.

예상은 됐지만 일본의 반발은 즉각적이다. 아니 사전에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이 사사건건 과잉반응을 보이고 있다. 강경화 외교장관이 후속조치를 발표하자마자 고노 일본외상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스가 관방장관도 "일본은 합의를 1㎜도 움직일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위안부 문제와 분리해 한일 미래지향적 협력을 제안했지만 곧바로 묵살 당했다. 아베 총리는 "합의는 국가 간 약속으로 한국의 새 방침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외상이나 관방장관이 아니라 총리가 직접 나서 공개적으로 '수용 불가'를 외쳤다. '위안부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한일관계도 없다'는 으름장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일본 신문도 '외교상식에 어긋난 결례' '양국관계가 파탄 날수 있다' '한국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고 약속이나 한 듯 비판하고 나섰다.

일본이 단순히 반발이나 압박에만 그쳤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를 트집 잡아 어깃장까지 놓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평창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보류하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정기국회 일정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누가 봐도 문 대통령 신년사에 대한 '보복'임을 알 수 있는 일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일본은 한일통화스와프 협정 재개를 위한 한국의 협의요구에도 계속해서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일본은 지난해 1월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통화스와프 협정을 중단한 바 있다. 참으로 옹졸하고 편협한 일본의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이 강경하게 나오는 것은 '최종적·불가역적'이란 합의 문구다.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국의 반발을 미리 내다보고 이 같은 문구를 삽입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협약을 뒤집은 일본의 전력 때문일 것이다. 일본은 지난 1998년 한일어업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뒤 재협상을 요구한 적이 있다. '불가역적'이란 문구는 다분히 의도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렇지만 불가역적은 일본 총리의 사과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위안부 합의 뒤에도 일본은 위안부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위안부와 관련된 국제사회의 활동에도 사사건건 태클을 걸고 있다. 일본은 위안부 후속조치에 어깃장을 놓을게 아니라 진심어린 사죄와 반성부터 먼저 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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