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대전 리사이틀 리뷰

조성진 리사이틀 리허설 모습. 사진=대전예술의전당 제공
조성진 리사이틀 리허설 모습. 사진=대전예술의전당 제공
역시 조성진이었다. 열정, 감동, 환호. 그리고 우아함과 품위. 관객들은 조성진의 열정적 연주가 끝날 때마다 감동했고 환호했다. `우아함`과 `품위`를 갖춘 조성진의 연주는 기대 이상이었고 관객들은 이에 화답해 연신 기립박수를 보냈다.

2015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쇼팽콩쿠르 우승을 차지한 후 공연마다 수 분 내 티켓 매진행진을 이어가는 그는 `클래식계의 아이돌`로 우뚝 떠올랐다. 1500여 석의 아트홀이 가득찬 가운데 조성진은 베토벤 8번 비창으로 시작했다. 8번 소나타는 조성진이 오랜시간 알아온 작품이다. 비창은 20대의 베토벤이 직접 제목을 붙인 드문 케이스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데 조성진은 깔끔한 서정과 베토벤의 기백을 절제 속에 표현했다. 이어 베토벤이 50대에 작곡한 30번을 연주는 애틋함이 감도는 서정성과 절제와 세련이 공존하는 연주였다. 조성진은 1부에서 청년베토벤과 중년베토벤의 음악세계를 한 자리에서 펼쳐보였다. 기교없이 감정을 최대한 자제한 담백한 연주로 조성진의 장점을 그대로 볼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2부는 지난 해 말 전 세계 동시 발매한 새 앨범 드뷔시 수록곡 중 영상 2집으로 시작해 조성진의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쇼팽 피아노소나타 3번으로 마무리했다.

2시간이 넘는 공연에서 그의 연주가 끝날 때마다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쳤다.

오지희 백석문화대 교수(음악평론가)는 "조성진의 연주는 우아하고 여유있고 품위있다"며 "전반적으로 음악이 밝았는데 베토벤 소나타의 경우는 연주자에 의해 묵직하게 치는 경우도 있는데 비창 소나타도 청년베토벤 느낌을 줄 정도로 밝고 열정적인 모습이었다"고 평했다.

오 교수는 이어 "쇼팽소나타 3번은 이 이상 더 잘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했다"며 "쇼팽소나타가 걸작인데 완벽하게 연주했다"고 말했다.

조성진은 대전 공연에서 앙코르 무대만 4번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환호와 열기에 뜨겁게 호응했다. 앙코르 무대는 슈베르트 악흥의 순간, 쇼팽 강아지왈츠, 드뷔시 렌토보다 느리게, 리스트 라 캄파넬라를 선보였다. 객석에서는 조성진이 다시 무대 위로 등장할 때마다 환호의 소리를 보냈다. 한 어린이는 "감사하다"며 소리치기도 했다. 조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로 화답하며 열기를 이어갔다.

서울에서 공연을 보러 온 조성욱씨는 "베를린필과의 협연 후부터 더 여유가 생긴 거 같다"며 "공연이 너무 좋아 굉장히 가슴 벅참을 안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최정훈(34·법동)씨는 "공연을 보면서 떨림을 느꼈다. 마음을 울리는 연주였다"고 말했다.

대전예당 관계자는 "역시 조성진 다웠다"며 "예전 학생 때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했을 때보다 원숙해졌고 앞으로도 더 훌륭한 아티스트가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평했다.

공연 후 이어진 사인회는 연주가 끝나고도 공연장을 떠나지 않은 관객들이 로비를 가득 메워 1시간이 넘도록 사인회가 이어졌다. 한편 조성진은 2015년 10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전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콩쿠르 한 달 후에 발매된 조성진 쇼팽콩쿠르 실황 음반은 발매 일주일만에 멀티 플래티넘을 달성했으며 전세계적으로 15만 장 넘게 판매되며 그의 인기를 여실히 보여줬다. 1994년 서울에서 태어난 조성진은 6세에 피아노를 시작했으며 11세에 첫 리사이틀을 가졌다. 2009년 일본 하마마츠 국제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했고 2011년에는 불과 17세의 나이에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프랑스 파리 음악원에서 미셸 베로프를 사사했고 현재는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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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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