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어제 유치원과 어린이집 영어교육 금지 방안을 철회키로 했다. 공식적으로는 시행을 1년간 잠정 보류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유아교육 혁신방안`의 일환으로 유치원 등의 영어교육 금지를 밀어붙였으나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셈이다. 현 정부 들어 부처 간 조율이 미흡하거나 설익은 정책을 추진하다 후퇴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교육부의 오락가락 행보는 실망스럽다. 정책적 목표나 지향점이 분명하다고 해도 현실과 괴리가 있는 정책은 함부로 시행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교육부의 `백기 투항`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물론 교육부의 유아 영어교육 금지 방침은 어려서부터 과도하게 공부에 내몰리고 주입식 교육으로 인성발달을 저해한다는 문제 제기로 비롯된 것이다. 분명 바로잡아야 할 사안이지만 우리 사회의 영어 교육열과 학부모들의 압박감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영어를 잘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종교적 신념만큼 강하다. 교육부는 선행학습을 금지해도 어떤 방식으로든 사교육에 의존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는 점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때문에 무조건 유아들의 영어교육을 금지하겠다는 발상은 온당치 않다. 그보다는 고가의 사교육비에 시달리지 않으면서 영어를 효과적으로 습득할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부는 유치원 등의 영어교육 금지 정책을 1년간 유예한다고 했지만 교육현장의 혼란은 여전하다. 유치원에서 영어를 하다가 초등학교 1·2학년이 되면 영어를 중단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는 사교육이 아니면 영어공부에 단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교육부는 일단 광범위한 여론 수렴과 사회적 공감대를 통해 내년 초까지 유아들의 영어교육은 물론 초등 1·2학년생의 방과후 학습에 대한 운영기준을 마련한다고는 하지만 그 역시 분명치 않다. 교육부는 영어교육 금지 여부와 시행 시기 등에 대해 보다 분명한 입장을 내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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