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이 유치원·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교육 금지 방침을 보류키로 하면서 학부모들의 혼란만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역 학부모들은 16일 "후속조치도 마련하지 않고 성급히 추진해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며 교육당국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유치원생을 둔 김모(39·서구 도안동)씨는 "영어수업이 금지된다고 해 영어학원을 알아보던 중이었다"며 "애초에 학부모들의 여론을 수렴해 정책을 추진했더라면 이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유치원 학부모인 박모씨는 "다른 학원의 영어수업은 수십만 원에 달한다. 유치원 방과 후 영어수업은 아이도 좋아하고 일주일에 2번 수업한다.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이 없다"면서 "어릴 때부터 부담 없이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방과 후 영어수업이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책 발표 후 불과 3주일 만에 기존 계획을 철회한 이유는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반대여론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유치원·어린이집 영어 특별활동 금지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해 12월 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정책을 폐기해달라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이후 8700여 명이 청원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학부모들이 대다수인 `맘 카페` 등에는 교육부의 탁상행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문제는 교육당국이 국민적인 동의를 받지 못하는 정책을 제시했다가 유보 또는 보류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절대평가 영역을 확대하는 안을 추진했다가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1년 유예`라는 선택을 했다. 당시 정권교체 이후 석 달여 만에 급하게 정책을 들고 나왔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유치원·어린이집 영어 특별활동 금지와 관련한 혼란에 대해 사과했다. 다만, 현재 영어 특별활동에 문제점이 많다고 거듭 지적하면서도 정부가 금지 방침을 철회하는 것인지 혹은 방침을 유지하고 시행 시기 등 세부사항을 다시 검토하는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호창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호창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