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극장가에서는 1987년 6·10항쟁의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 `1987`이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서울대생이었던 박종철 군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경찰의 잔인한 물고문에 의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은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말도 안되는 이유로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이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연세대 이한열 군이 직격 최루탄에 맞아 목숨을 잃으면서 `불에 기름을 부은 격`으로 100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민주화 시위로 이어졌다.

당시 박종철과 이한열을 억울한 죽음으로 몬 책임 당사자들은 어떤 모습일까. 상식과 법의 판단이라면 당연히 단죄를 받아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상식과 법은 예외였다.

죄 없는 젊은이들을 잡아가두고 소위 `빨갱이`로 몰아 혹독한 고문을 자행하는데 앞장 선 박처원 전 치안감은 당시 고문치사죄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아 실형조차 살지 않았다. 이후 그는 천수를 누리다 당뇨로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정권 연장을 위해 모든 권력을 이용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반란수괴, 내란목적 살인, 뇌물 등 엄청난 범죄 혐의가 드러났지만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사면을 받고 호의호식하고 있다.

반면 자식과 가족 등을 억울하게 잃은 유가족 등 국가권력에 의한 피해자들은 1987년 이후에도 정권의 감시를 받으며 고통스럽게 살아야 했다. 이런 과거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역사`가 되고 있다.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이 한국현대사를 물어볼 때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이런 말도 안되는 역사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부단 이 뿐이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친일 역사도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친일 잔당들이 군사독재 시절이라는 불행한 역사를 만들었고 이어 군사독재 시절 부역자인 김기춘을 비롯한 그 잔당들이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이라는 초유의 국기문란 사건에 깊숙이 개입하게 됐다.

역사는 미래의 교과서다. 또 우리는 대한민국의 올바른 역사를 후대에게 물려줄 의무를 가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잘못된 역사에 대한 대대적인 청산작업이 꼭 필요하다. 진광호 지방부 충주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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