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칠 민예총 이사
조성칠 민예총 이사
내가 좋아하는 전업 화가가 한 분 있다. 동양화를 전공해서 동양화 형식에 기본을 두고 작품을 하지만 다양한 시도를 한다. 화방에서 파는 물감 외에도 주변에서 얻는 여러 가지 물감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붓의 종류도 다양하다. 풀뿌리나 갈대 같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들로 다 시도한다. 그때마다 질감이 다르고 표현하려는 바에 따라 달리 쓸 수 있어 좋다고 한다. 본인 스스로도 만족하고 관객들도 좋아한다.

이 분은 그림 그리는 도구에만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작품 안에 이야기를 넣거나 그림을 소유할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아서 맞춤형으로 제작을 하기도 한다. 이 작가 앞에 가면 그림이 어렵지 않고 편하게 볼 수 있고 느끼게 해준다. 그가 가진 예술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를 가까이에서 자주 만나고 있는 내가 행복하다.

그런데 이 작가가 최근 몇 년째 운영하던 대흥동의 작은 갤러리를 접을 수밖에 없어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형편이다. 이 갤러리가 쓸 만해지니 건물주가 집세를 터무니없이 올리는 바람에 견딜 수가 없어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 동안 대흥동 지역은 도시 공동화 현상으로 상가의 공실률도 높고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문화예술인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어와 터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조금씩 상가가 활성화 되어가니 이런 현상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요즘 이야기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직접적 모습이다. 한쪽에서는 아직도 전체적으로는 원도심이 침체돼 있어 원도심을 활성화 하려고 여러 시도들을 하고 있는데 또 한쪽에서는 이렇게 내몰리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약간 상황은 다르지만 최근 서울에서 세운상가 재개발 중에 나타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극복 과정에 대한 글을 읽었다. 2015년부터 진행한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핫플레이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온 상인들이 임대료가 올라 감당할 수 없어 떠나야 하는 상황에 처해졌는데 서울시가 나서서 건물주와 임차인간의 상생협약을 추진해 건물주는 임대료 인상을 자제하고 임차인은 상가활성화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도시재생의 차원에서 막대한 공공재원이 투자되고 행정지원이 투여돼 만들어 가는 도시재생의 성과가 특정인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지 않고 지역주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는 명제에 충실하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3년의 시간동안 50여 회 주민협의체 회의와 주민설명회 등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 결과 모두가 완벽하게 만족스런 결과는 아니더라도 서로 인정할 만큼의 협의 내용을 도출해 원만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한다.

이런 사례는 이웃나라 일본의 롯본기 힐즈의 사업 성공사례에서도 나타난다. 롯본기 힐스는 2003년 문을 연 최첨단 복합시설이다. 이 시설은 도쿄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소문나 관광객이 넘쳐난다. 이 사업을 진행할 때 주민 설명회, 공청회 등 다양한 협의와 합의를 14년간 1000번이 넘게 진행했다. 주민과 이해관계자들의 상충되는 지점을 해결하느라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결국 원만히 해결하고 사업을 완성시켜 나갔다.

세 가지 사례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바라볼 지점이 있다. 도시재생이니 원도심 활성화니 하는 것들도 모두 함께 살아가는 공간에서 공동체를 잘 유지하고 발전시켜나가자는 것에 목표가 있다. 누구의 희생으로 다른 누구만 혜택을 누려서는 사회적 갈등의 근간이 되고 만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급격한 자본의 팽창에 휘둘려 짧은 기간에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얻으려는 조급한 성과에 목 매다보니 효율성 만 강조되는 풍토에 놓이게 된 것이다. 도시를 구성하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두 같이 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더욱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간이 아닌가 싶다. 특히 정책을 집행하는 관이 앞장서서 공동체를 살리는 지점이 어딘지 살펴볼 일이다. 성공사례에 너무 조급해 하지말자고 주문한다. 여럿이 한걸음이 더 빠른 법이니까 말이다. 조성칠 대전민예총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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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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