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불안정, 고용·노후 불안 등이 가상화폐 열풍을 부추긴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에서 가상화폐가 높은 가격에서 유통되는 현상을 `김치프리미엄`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이유도 한국의 불안한 상황과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94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31.3%가 비트코인 등과 같은 가상화폐를 구매했다고 답했다. 직장인들이 가상화폐에 뛰어든 이유로는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답이 과반을 차지했다.

가상화폐의 수익률이 급상승하자 많은 이들이 가세했다. 40-50대는 물론 사회초년생인 20-30대, 심지어 10대까지 가상화폐 거래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이런 광적인 열풍에 한국의 가상화폐 가격은 국제 시세를 크게 웃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세계 평균 시세의 130% 안팎이었으나 최근에는 150% 정도까지 폭등했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는 투자가 아니라 `투기`인 만큼 거래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비쳤다. 가상화폐는 실존하지 않고, 가상적으로 앞호를 풀어서 쓰는 암호화폐이기 때문에 자산도 아니다. 또 국가에서 인정한 화폐도 아니라는 것. 단지 사람들이 미래에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만 갖고 있을 뿐이다.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조복현 교수는 "가상화폐가 한 때 열풍으로 그칠 것이다. 자유은행권제도, 지역화폐제도 등 과거에도 다양한 화폐가 나왔는데 법정 화폐를 대체할 수 없었다"며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이유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미래소득이 예상 가능하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사람들의 기대만 있을 뿐 미래에 예상되는 소득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런 현상의 원인을 한국의 국민성과 사회적 상황에서 찾았다. 투기를 좋아하는 나라에서 가상화폐의 열풍이 불고 있고, 소득이 안정돼 있지 않고 고용이 불안하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소득을 늘리려는 욕구가 이런 현상의 주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또 가상화폐 거래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짐작은 하지만 정작 자신은 아닐 것이라는 믿음도 광풍에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투기를 좋아하는 몇몇 나라에서 열풍이 부는데 한국과 베트남이 대표적이다.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도 없고, 월급쟁이로는 올라가는 집값을 잡을 수도 없으니 가상화폐에 손을 대 소득을 늘리려는 욕구가 강하다"며 "많은 이들이 자신은 이득을 보고 다음사람은 손해를 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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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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