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희소식이 전해졌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이어 작년 수출이 5739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더 반가운 소식은 올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펼쳐질 것이란 얘기다. 이낙연 총리는 새해 정부시무식에서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9700달러를 넘어 3만 달러가 눈앞에 있다"며 국민들의 위대한 성취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정작 국민들은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펼 것을 주문했다. 그렇다. 3만 달러에 걸맞는 국민 기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기대는 삶의 질을 높이는 일에서부터다. 삶의 질은 벌어들이는 소득도 중요하지만 지출에서 비롯된다. 과연 3만 달러 수준에서 그 정도 수준의 지출을 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 총리는 3만 달러에 걸맞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공정·투명·정의로워야 되고, 과거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제도·관행 등의 청산을 강조했다. 거기에다 새로운 질서도 심어야 한다고 했다. 이렇듯 국민소득 3만 달러 돌파는 선진국 반열에 섰다는 의미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소득은 1년 동안 생산한 부가가치를 합한 것으로 작년 연말 2만 9700달러를 기록, 3만 2000달러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점치고 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면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9번째,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일본과 호주에 이어 세 번째다. 전 세계국가 중에서는 27개국만이 해당된다. 국민소득 3만 달러에다 인구 5000만 명을 넘은 30-50 클럽에도 가입하게 된다. 1960년 1인당 국민소득은 76달러에 불과했다. 당시 북한은 135달러로 우리보다 더 나았다. 1만 달러 돌파는 1995년 김영삼 정부 때로 12년 후인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2만 달러를 달성했다. 3만 달러 진입까지는 무려 24년이 소요됐다. 선진국에 비해 많은 시간이 걸렸다. IMF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엔 1인당 국민소득(1만 8256달러)이 전년에 비해 크게 줄어드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환율 영향을 많이 받는 국민소득 계수가 현재와 같은 원화강세가 이어지면 조만간 3만 2000달러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표만 놓고보면 화려하기 그지없다. 경기가 이를 뒤따르지 못 한데서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앞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 체감이 떨어지는데다 실제 포켓머니는 이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민소득 2만 9700달러를 원화로 환산하면 3148만 2000원으로 근로소득 3276만 원을 조금 밑돈다. 고용부진도 경기회복의 걸림돌이다. 그저께 통계청이 내놓은 2017년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가 2655만 2000명으로 전년 대비 31만 7000명이 증가했으나 2015년 33만 7000명, 2014년 53만 3000명보다 적은 취업자 수 증가폭을 보였다. 실업자 수도 102만 8000명으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컸다. 구직자들이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청년층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고용지표는 그만큼 경기가 좋지 않았음을 잘 반증해 준다. 3만 달러 시대를 앞두고 눈여겨볼 대목은 우리나라 세계 경제순위가 40위 밖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다. 실질구매력(PPP)을 기준으로 한 우리의 1인당 소득랭킹은 세계은행이 내놓은 42위보다 더 낮은 49위에 쳐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때문에 3만 달러란 수치의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라는 점이다.

스페인, 그리스와 같이 3만 달러에 진입하고도 2만 달러로 추락한 사례는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각종 지표에서 보듯 들뜬 분위기와 선진국 운운하기엔 아직은 멋 적다. 이 시기에 정부가 할 일은 이 총리 말대로 3만 달러를 국민이 체감하게 하고 지속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 3만 달러는 외형적 지표에 불과할 뿐이지 국민 개인 삶의 질을 보장해 주기엔 아직 멀다.

곽상훈 취재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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