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신년 즈음에는 어르신들 말씀이나 방송에서 유독 들리는 단어가 있었다. `정초부터`.

무엇 무엇이 꼬여서 운수가 좋거나 나쁘다는 징크스(Jinx)의 일종이었다.

찰나의 순간이 중요한 운동선수나 연주자들은 많은 경우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 야구선수는 타석에서 일련의 준비동작들을 순서대로 24초간 하는 `타석 준비동작 징크스`로 유명 했는데, 규정이 개정되어 그 준비시간이 12초로 제한되자 하락세를 보였고, 그 선수는 일련의 동작들을 마치 영상을 빨리 감기하듯 모든 동작을 12초 안에 끝냈다. 모 감독은 포스트 시즌 중 이긴 날 했던 모든 행동을 그 다음날 반복해야 하는 징크스가 있었는데, 반대로 패하면 다니던 길 말고 다른 길로라도 구단버스를 일부러 돌렸다고 한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연주전에는 반드시 뜨거운 물에 손을 담가 손 근육을 풀었지만 매번 손이 퉁퉁 부을 때까지 습관적으로 담가서 문제였다. 테너 파바로티는 우연히 극장바닥서 구부러진 못을 주은 날 공연이 대성공을 거두자, 공연 전에 틈만 나면 극장바닥을 다니며 `구부러져있고 우연히 바닥에 떨어진 못`을 찾아 다녔다. 결국 관계자들이 파바로티가 줍게끔 몰래 그런 못들을 일부러 여기 저기 뿌려 놨다가 헨젤과 그레텔이 마냥 다시 수거하기 바빴다고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는 공연 전날 "손빨래를 하면 자신을 정화하는 느낌이 든다"며 공연이 많은 시즌엔 잦은 빨래로 손이 상한다고 투덜거렸지만 마음을 가다듬는 집중의 효과가 크고 주위사람들이 고생할 일은 없으니 건전한 징크스겠다.

그만큼 징크스는 지위나 교육수준의 여하를 떠나 심리적 구속으로 작용한다. 결국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지만 그 과정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나름의 과정과 심리적 안정이 얼마나 절박한 일이겠는가.

이 글을 쓰다 보니 필자에게도 짝수 해에는 일이 잘 풀리고 홀수 해에는 일이 꼬인다는 징크스가 있었던게 떠오른다. 수많은 반증을 겪고 나서야 깨졌지만 그만큼 심리적 각인이 컸다. 그래서 지금은 좋은 징조라면 받아들이고 그 반대라면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어`라고 초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마침 올해는 2018년, 짝수 해다. 서필 성악가(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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