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1차적으로는 스프링클러 차단,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건물, 비상통로 폐쇄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29명이라는 안타까운 희생을 줄일 수는 없었는가 하는 것이다. 조사단장이 밝혔듯이 구조과정에서 상황수집과 전달에 소홀한 점, 골든타임 동안 내부진입을 시도조차 하지 못한 점, 인명구조 요청에도 즉각 반응하지 않은 점 등은 결코 가벼운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구조대 투입이 늦어져 희생자를 키웠다는 세간의 지적과 비판이 충분히 나오고도 남을 만한 일이다.
그동안 소방관들이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인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앞장서 왔다는 것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화마 속에서 자신을 던져가면서까지 남을 구하는 고귀한 희생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소방관들이 사랑받고 존경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천 화재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합동조사단의 발표는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해도 잘못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직위해제와 중징계 요구만으로 마무리하기엔 너무 큰 참사가 아닐 수 없다. 철저한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을 통해 재발방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세월호 참사와 달라진 게 뭐가 있느냐"는 유가족들의 성토를 허투루 여겨선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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