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는 안전관리 부실뿐만 아니라 소방당국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변수남 제천 참사 소방합동조사단장은 어제 "화재가 참사로 번진 이유에 대해 건물 구조의 취약성, 안전관리의 부실, 구조대의 대응 잘못과 역부족"이라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아울러 책임을 물어 충북소방본부장을 직위해제하고 제천소방서장 등 관련자들에 대해선 중징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안전 불감증이 빚은 인재로만 알았지만 소방구조대의 잘못까지 겹쳐 인명피해가 커졌다는 것을 소방당국이 인정한 셈이다.

물론 1차적으로는 스프링클러 차단,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건물, 비상통로 폐쇄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29명이라는 안타까운 희생을 줄일 수는 없었는가 하는 것이다. 조사단장이 밝혔듯이 구조과정에서 상황수집과 전달에 소홀한 점, 골든타임 동안 내부진입을 시도조차 하지 못한 점, 인명구조 요청에도 즉각 반응하지 않은 점 등은 결코 가벼운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구조대 투입이 늦어져 희생자를 키웠다는 세간의 지적과 비판이 충분히 나오고도 남을 만한 일이다.

그동안 소방관들이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인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앞장서 왔다는 것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화마 속에서 자신을 던져가면서까지 남을 구하는 고귀한 희생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소방관들이 사랑받고 존경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천 화재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합동조사단의 발표는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해도 잘못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직위해제와 중징계 요구만으로 마무리하기엔 너무 큰 참사가 아닐 수 없다. 철저한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을 통해 재발방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세월호 참사와 달라진 게 뭐가 있느냐"는 유가족들의 성토를 허투루 여겨선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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