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신년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듯이 남북대화가 재개되기까지 미국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무엇보다 국제사회 제재를 주도한 미국의 압박은 북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북은 그동안 6자회담 등을 통해 일관되게 핵 문제는 미국과 직접 해결할 것임을 천명해왔다.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을 견지해 왔으나 평창을 계기로 방향을 선회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고무적인 것은 미국의 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밤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미국은 북한이 대화를 원할 경우 열려 있고 남북대화 진행 중에 어떠한 군사행동은 없을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 역시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반증이다.
문제는 북의 행보다. 그들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어떤 명분을 앞세우더라도 고립과 제재국면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북미대화의 단초를 마련하고자 하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렇지만 북은 엊그제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비핵화 논의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그들이 언제까지 비핵화 논의를 회피할지는 모르지만 이런 자세로는 남북은 물론 북미관계 개선도 요원하다. 혹여 평창카드가 핵무력을 완성하기 위한 시간벌기에 불과하다면 국제사회의 제재는 더욱 강해질 것이란 점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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