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1일 발생해 29명의 사망자를 낸 제천 복합건물 화재는 화재에 취약한 건물 구조, 건물주의 소방안전 관리부실, 초기 소방대응력 역부족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한 참사였다.

제천 참사 소방합동조사단은 내·외부 전문가 24명이 17일 간 현장감식과 대면조사 및 전문가 자문 등 화재 전반에 대한 종합적 조사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우선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건물의 구조가 문제였다. 1층에서 발생한 불은 방화구획이 잘 돼 있지 않은 화물용 엘리베이터실과 EPS, 파이프 덕트 등을 통해 화염과 연기가 2층 사우나에 유입돼 화를 키웠고, 건물 구조를 잘 아는 종업원이 없는 점, 비상경보음이 잘 들리지 않은 점, 비상통로에 있던 장애물 등으로 인해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 7·8층에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이유는 밸브를 차단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고 배연창은 수동 잠금 장치로 고정돼 있어 연기가 밖으로 빠져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초기 소방대응력도 문제였다. 오후 3시 48분 발생한 화재는 직원들이 자체 진화 등을 시도하며 5분의 골든 타임을 놓쳤고, 소방선착대가 도착한 시점에 화재는 이미 최성기 상태였다.

화재발생 당시 구조대가 타 지역에 나가있어 선착대에 포함되지 못해 내부진입조 2명, 방수 엄호조 2명으로 구성되는 최소한의 건물진입조도 편성되지 못한 점과 구조대 도착 후에는 3층 창문에 매달린 요구조자 구조에 많은 시간을 뺏겨 조금 더 일찍 내부진입을 하지 못했다.

조사단 관계자는 "노출된 위험이나 소수의 구조에 많은 시간을 소모해 짧은 골든타임 동안 내부 진입 시도조차 하지 못한 점은 지휘 측면의 너무 아쉬운 점"이라고 평가했다.

내부 진입이 이뤄지지 못한 과정에서 상황 전파가 잘못됐다는 점도 확인됐다. 2층 내부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본부 상황실에서 무전으로 상황을 알리지 않고 휴대전화를 통해 화재조사관에게 2차례, 지휘팀장에게 1차례 알려줬을 뿐이다. 동시에 다수가 알 수 있는 무전기를 사용하지 않아 구조대가 2층에 뒤늦게 진입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논란이 됐던 유리창 파괴가 늦어진 이유는 사고 당일 오후 4시 12분에 도착한 소방서장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서장은 조사과정에서 "(유리창 파괴는)8층과 9층의 요구조자와 굴절사다리차 위에 올라가 구조작업 중인 소방대원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에 화세와 복사열을 어느 정도 제압한 후에 진입하려다 보니 결과적으로 늦어졌다"고 진술했다.

소방청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지휘역량 향상, 소방 활동 환경 및 여건 개선, 취약 건축물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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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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