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

정부는 올초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1960년대 개발도상국에 위치했던 우리나라는 50년 사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실상 국민들의 자화상은 위태롭기 그지 없다. 세계 최하위 수준의 출산율, 아시아 국가 중 이혼율 1위, 성인 20명 중 1명은 우울증, 취학아동 4명 중 1명은 정서 불안…. 경제성장을 향해 쉼 없이 달려온 만큼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표현으로 빈부 격차를 대변하는 말이 생겨났다. `금수저 신드롬`이 거세지만 오히려 마음의 허기, 불안정한 인간관계에 허덕이는 `정서적 흙수저`들도 덩달아 늘어간다.

책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의 저자 최성애 박사, 조벽 교수는 한국 사회의 근간을 위협하는 문제들의 근원에 `애착(Attatchment)`이 닿아 있다고 설명한다. 애착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유대감이자 생존본능이다. 생애 초기 부모와의 안정적인 애착은 한 사람의 전 생애에 걸쳐 `정서`와 `관계`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개개인의 어린 시절 애착손상은 파괴력이 크며 사회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만큼 애착은 개인의 뿌리와 건강한 사회의 기초가 된다.

저자들은 위험 수위에 이른 우리 사회의 애착손상 문제가 개인 차원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맞벌이 가정과 이혼이 늘면서 부모-자식 간의 가족구조나 환경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아이들의 애착손상 가능성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육아의 고된 상황을 비유하는 `헬육아`,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 하는 `독박육아` 등은 양육의 외주화를 부추기고 경쟁적인 고용 문화 속에서 부모들 역시 저녁을 잃어버린 채 일에 매달린다.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무상교육 정책 등으로 난국을 돌파하려 했지만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한 채 애착손상만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애착은 사회의 형성에 어떤 역할을 할까. 책은 양육자와의 안정적인 애착은 아이에게 `기본 신뢰감`을 심어주며, 두뇌, 심신발달의 기초가 된다고 언급한다. 사람은 행복의 제 1조건인 `관계맺음`을 원만히 해나가며 `정서적 금수저`로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와 반대로 애착손상을 입게 되면 원초적 불안·불신감으로 자아정체성 형성과 인간관계의 걸림돌이 발생, `정서적 흙수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개인적인 불행에 그치지 않고 사회 갈등을 초래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도 증가한다.

애착손상은 회복될 수 있다. 예방이 최선의 치료라고 강조한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 자체가 행복한 사회 환경을 구축하고 애착의 질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인다. 책은 심리학, 뇌과학, 사회학, 생물학 등 최신 연구결과로 과학적인 애착손상 방법과 회복법을 알려준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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