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전지역 대설주의보…집앞 빙판길 사고 주의보

대전 서구 갈마동 원룸 빌라가 밀집 된 골목. 언덕길에 눈이 쌓여 빙판길로 변했다.
대전 서구 갈마동 원룸 빌라가 밀집 된 골목. 언덕길에 눈이 쌓여 빙판길로 변했다.
대전 서구 월평동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직장인 서모(26·여)씨는 10일 출근시간 언덕 빙판 길을 종종걸음으로 조심스레 내려갔지만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직장인·대학생 등 1인 가구가 밀집된 골목은 워낙 좁은데다 이면도로에 주차된 승용차들로 제설차의 진입이 어려워 보행자들을 위협한다.

제설 차량이 다닐 수 있는 큰 도로나 책임자가 명확한 상점 앞·단독주택 등은 제설작업이 돼 있지만, 좁은 골목이나 집 주인이 살지않는 원룸촌 골목 일대는 밤 사이 쌓인 눈이 얼어 매년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서씨는 "원룸빌라 건물에는 집주인이 살지 않는 경우가 많아 거주자들이 `누군가는 치우겠지`라는 생각으로 방치하는 것 같다"며 "며칠이 지나도 눈이 그대로 쌓여있으니 길이 점점 미끄러워져 결국 다쳤다"고 말했다.

서구 갈마동 한 가게에서 배달 아르바이트 하는 김모(23)씨는 "언덕이 많은 원룸 빌라촌에서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면서 매번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고 말했다.

가파른 골목길이 많은 서구 갈마동. 밤새 내린 눈으로 길은 빙판길로 변했지만 제설 보관함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오르막길을 운행하는 차량은 미끄러운 길 때문에 아슬아슬한 주행을 이어갔고, 골목길을 내려오는 주민들도 갓 길에 주차된 차를 난간 삼아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주민 김모(32)씨는 "큰 도로에는 노란색 제설보관함이 있는 것을 종종 봤는데 우리 동네에서 본적은 없는 것 같다"며 "일부 시민들은 인근 공원의 흙을 퍼와 도로에 뿌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전 서구청은 지난해 눈이 많이 와 관할 지역에 제설함 67개를 설치하고 모래주모니 6550개를 배포했다. 하지만 제설함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골목길 빙판 사고를 막는데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제설함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는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민원이 들어오는 곳을 중심으로 제설함의 내용물을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제설장비를 신속히 동원해 낙상사고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좁은 골목 집 앞에 쌓인 눈 정도는 청소하는 시민의식이 절실하다"며 " `내 집 앞 눈치우기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시는 지난 2007년 5개 자치구가 건출물 관리자의 제설 및 제빙 책임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주민 스스로 집 앞·골목에 쌓인 눈을 치우도록 하고 있다.

조례에 따르면 건축물 주변 1.5m 구간에 대해 낮에는 눈이 그친 후 4시간 이내, 밤에는 다음달 오전 11시까지 눈을 치우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과태료 부과 등 강제 조항이 없어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돼 왔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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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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