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혁신은 혁신성장을 위한 토대로, 과감하고 창의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 결단으로 가능한 규제혁신은 즉시 추진하고, 다양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사안은 구체적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달라."

"경제 살리기에 규제혁파가 핵심이다. 늑장 부리고 서로 갈등하는 사이에 세계는 엄청난 기술을 활용해 규제를 혁파해나가고, 투자를 끌어들이면서 발전한다. 그러면 10년, 20년 후 대한민국은 설 땅이 없다."

역대 대통령의 경제활성화 화두가 규제완화인 건 우연이 아니다.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그만한 카드가 없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혁파에 방점을 두었지만 차별성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규제완화 필요성과 논리는 닮은꼴이다. 과거 대통령들도 다르지 않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당시 세계화에 나선 걸 계기로 규제완화 논의를 본격화했고, 이후 역대 정권의 주요 국정과제가 되기 이른다. 하지만 의욕 만큼의 결실을 보지 못했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김영삼 정부의 경우 국내의 과도한 규제로 인한 무역마찰 해소를 위해 행정쇄신위원회 설치로 해법을 찾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2개월만에 직속으로 규제개혁위원회를 신설해 규제완화 드라이브를 걸었다. `규제 50% 폐지`를 목표로 상당한 성과를 올렸지만 임기 마지막해에는 규제수가 되레 늘어나는 딜레마에 빠졌다. `규제총량제`를 도입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양적 감축에 성공했음에도 법제화에 이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규제와 동의어가 된 `전봇대`와 `손톱 밑 가시` 뽑기에 나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묘수를 찾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정치권의 기득권 지키기와 관료집단의 보신주의, 이해단체의 반대 같은 게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로 상징되는 당리당략이 노골화하면서 규제완화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 현실은 우려스럽다. 대표적인 게 여야의 `규제프리존`과 `규제 샌드박스`다. 각각 특정지역이나 사업 프로젝트 단위로 규제를 풀어주자는 것이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은 아전인수다. 똑같이 규제를 완화하자는 데 입장이 너무 다르다. 2월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법안 처리가 불가능할 걸로 보이는 이유다.

기업들은 죽을 맛이다. 주요 경제단체장의 신년사를 보자.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세계 100대 비즈니스 모델 중 한국에서 사업을 한다면 절반 이상이 시작조차 어려울 것이란 조사 결과가 있다"고 꼬집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국회와 정부에서는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고 혁신을 촉진하는 정책을 펼쳐주기를 기대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병원 경총 회장은 "적어도 `중국에서 가능한 것은 무엇이든 한국에서도 가능하게 하겠다`라는 수준의 규제혁파를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적폐 청산과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규제완화는 국정 우선 순위에서 밀려있던 게 사실이다. 문 대통령도 어제 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강조하면서도 규제혁신과 관련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신 빠르면 이달 중 별도의 규제개혁 대토론회를 열 계획인 모양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규제완화에 적극 나서겠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규제왕국으로 불리던 일본이지만 2015년 `리쇼어링(본국 복귀)`기업이 724곳에 달한다고 한다. 규제를 획기적으로 없애고 지원을 확대하자 그 순간부터 매력적인 생산기지가 됐다. 반면 우리나라 유턴기업은 매년 한자릿수에 머무르고 지난해는 8월까지 단 2개에 그쳤다. 규제완화에 관한한 정치권의 내로남불부터 척결해야 마땅하다. 반대를 위해 반대해온 법안을 처리할 때 중국만도 못한 `안돼요, 공화국`에서 탈출하지 않겠나. 송신용 대기자 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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