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미술관 하이라이트전 '이응노 : 추상의 서사'

이응노, 구성, 1970, 120x65cm, 한지에 솜 콜라주
이응노, 구성, 1970, 120x65cm, 한지에 솜 콜라주
이응노미술관은 올해 첫 전시로 그의 걸작을 엄선한 소장품 전을 준비했다.

소장품 하이라이트 전인 이번 전시는 `이응노: 추상의 서사`의 주제 아래 이응노 예술의 흐름을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로, 그동안 미공개된 작품 및 인지도 높은 작품들을 대거 소개한다. 오는 12일부터 3월 25일까지 열리며 197점의 이응노 작품을 볼 수 있다.

이응노는 한국 전통미술 바탕 위에 서구 추상양식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 모더니스트라 할 수 있다. 그는 먹과 종이, 동양적 추상패턴이라 할 수 있는 한자라는 전통적 재료와 소재를 가지고 추상화를 창작했다는 점에서 1950년대에 파리로 건너가 추상을 시도한 한국의 여타 화가들과도 차별된다. 이응노가 수묵과 서체를 바탕으로 완성한 1950년대의 반-추상 양식은 파리 체류시기에 문자추상 양식으로 본격적으로 발전해 갔으며 서양의 추상과 다른 동양적 감수성의 추상으로 전개되었다. 이번 소장품전은 그 양식의 일관적 흐름을 전시장 속에 녹여내어 그의 예술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본다.

이응노라는 낯선 이름을 1960년대 파리 화단에 성공적으로 알린 종이 콜라주 작품부터 한자에서 발견한 패턴의 가능성을 탐구한 초기 문자추상, 문자의 구조에 주목하고 이를 건축적으로 해체 조합한 후기 문자추상까지 차례로 일별할 수 있다. 또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르는 중에 완성한 희귀한 작품들도 전시에 포함됐다.

1970-80년대에 바카라, 세브르 국립 도자기 제작소, 고블랭 국립 타피스트리 제작소, 파리 조폐국 등 프랑스 기관들이 이응노와의 협업으로 접시, 타피스트리, 크리스탈, 기념주화 등을 제작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 중 군상을 모티브로 삼은 바카라 크리스탈 문진은 이번 전시에서 첫 선을 보이는 작품이다.

주역 연작,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연작도 이응노가 남긴 작품의 다양성과 압도적 상상력을 짐작케 하는 대작이다. 이번 소장품 전은 다양한 군상 작품을 통해 군상 연작의 양식적 근원이 서체에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 그림 속 사람 형태는 글씨를 쓰는 붓놀림에서 파생된 이미지로 단순히 군상이 정치·사회적 의미 넘어 서체추상 양식의 완성, 절정에 오른 서체적 붓놀림의 산물임을 알 수 있다.

이응노미술관 관계자는 "지난 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두 개의 `이응노 전`은 이응노의 새로운 조형의식에 주목했는데 그는 단순히 서양미술을 모방한 사람이 아니라 서양미술의 중심부로 건너가 동양 미술을 가르치며 서양의 것을 쇄신하려 한 대담한 실험가였다는 점이 전시로 재확인됐다"며 "전시에 소개된 100여 점의 걸작을 통해 그 의미를 되짚어보고 그가 남긴 소중한 유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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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 동방견문록, 1980, 16.5x16.5cm, 한지에 수묵담채
이응노, 동방견문록, 1980, 16.5x16.5cm, 한지에 수묵담채

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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