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로 했다. 북한은 어제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서 고위급 대표단을 포함해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등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개폐회식에 남북한 선수단 공동 입장과 응원단의 공동 응원도 가능해 보인다. 고위급 대표단을 누가 이끌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더 높은 선의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한반도 기류를 감안했을 때 북한의 평창 참가 등 어제 대화의 성과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남이나 북이나 모두 평창올림픽 참가 자체가 종착점은 아니다. 우리로서는 적십자회담, 군사회담을 통한 접촉면을 늘려가면서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통일의 기반조성이 지상 과제다. 북으로서도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가동 등을 비롯한 경협사업 재개, 국제사회의 제재 탈피, 미국과의 대화 등이 당면한 과제로 읽힌다. 그러나 북은 어제 회담에서 평창 이외의 의제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아직 속내를 알기 어렵지만 북이 `구체적 사안에 대해선 계속 논의될 환경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대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는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표현이지만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전제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한미군사훈련 중단이나 미 전략자산 전개 중단 등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

남북 간 산적한 문제가 2년여 만에 재개된 단 한차례 회담을 통해 한꺼번에 해결될 수는 없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을 매개로 교류가 늘어나고 신뢰가 쌓이면 서로가 원하는 목표에 근접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 회담은 고무적이었다. 쓸데없는 신경전이나 비방도 없었다. 이런 전향적인 자세는 향후 접촉에 있어서도 기대를 갖게 한다. 북이 진정으로 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모처럼 맞이한 대화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차제에 회담 정례화 등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기틀을 쌓아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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