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관심으로 지난 해 대전예술의전당이 좋은 성과를 냈다. 대전 뿐 아니라 전국 공연장 가운데서도 주목받는 공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병권 대전예술의전당 관장은 9일 올해 예당 그랜드시즌 라인업을 소개하면서 대전예당의 성과를 짧게 말했다.

건립 15주년을 맞은 올해 대전예당에 쏠린 눈은 어느 때보다 많다. 그만큼 급속도로 성장한 대전예당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다. 그러나 올해 공연 라인업을 보면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대전예당의 `정체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 관장의 말대로 대전예당이 지역을 넘는 공연장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던 건 대전예당만이 기획, 제작할 수 있는 콘텐츠의 힘이 컸다. 그러나 올해 라인업을 보면 2015년 대전예당이 제작에 참여했던 연극 `백석을 찾아서`나 2년 만에 막을 내렸지만 호응을 얻었던 `코미디아츠페스티벌` 등처럼 대전예당의 색을 담은 기획 콘텐츠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해 첫 선을 보이며 대전예당만이 기획할 수 있었던 프로그램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프로젝트 대전`은 올해 대전시립예술단과의 협연으로 다시 관객들을 찾지만 프로그램 방향성에 대한 정립이 되지 않은 듯한 모습이다.

뮤지컬 공연 횟수가 많아진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지난 해 5회였던 대전예당 주최 뮤지컬은 올해 타지역 기획사와 협업하는 파가니니까지 모두 6회를 무대에 올린다. `흥행`만을 목적으로 두었다곤 보지 않지만 횟수가 많아진 건 `공연장의 가치`라는 기본적인 부분에서 고민이 부족해 보일 수 밖에 없다. 몇 해 전 프랑스 문화부가 최고의 실적을 낸 파리 오페라의 총감독을 실적에만 골몰해 흥행적 위주로만 프로그램을 짰다는 이유로 상이 아닌 해고시킨 사례를 외국의 상황으로 치부할 일은 아닌 듯 싶다.

지난 해 대전예당은 다수의 공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에서 미숙함을 드러냈다. 운영 미숙과 함께 예당 자체 제작 연극이 잇따라 무산되자 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대전예당의 위기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지역의 한 예술인은 "대전예당의 진정한 위기는 누구나 인정하는 작품, 대전예당 대표 브랜드로 올릴 프로그램이 아직 확립이 덜 됐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체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없이는 방향성도 제시할 수 없다. 곧 성년이 되는 대전예당이 상기해야 할 대목이다. 강은선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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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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