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은 1970년 박정희 정부 때 국가가 주도적으로 국가의 발전을 가속화하고 지역사회개발을 촉진시키려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이 운동의 세 가지 덕목은 근면, 자조, 협동의 정신인데 그 중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이 근면, 즉 무조건적이고 기계적인 부지런함이었을 것이다. 개발도상국에 속했던 우리나라의 GNP·GDP를 끌어올리고,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 당시 근면한 국민들의 노력과 희생이 국가 경제 부흥의 초석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하였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새해를 맞으며 진정성(眞正性)·겸손(謙遜)·성과(成果)를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불필요한 일을 덜어내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꼭 필요한 일에 집중하도록 일하는 방식의 개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즉 중요한 일에 힘을 집중함으로써 업무의 효율성 향상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기계적 근면성을 줄여 우리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일과 가정의 조화를 우리부터 이뤄보자"고 역설한 그의 주장은 타당하다.

주지하다시피 오늘날 OECD 최다노동시간 1위는 멕시코에 내줬지만, 우리 국민들은 여전히 연간 2000시간 넘게 일을 한다. 근면함의 증거를 보려주기라도 하듯이. 그러나 노동은 물리적으로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생산성이 항상 그에 정비례할 것이라는 기대는 애당초 거두는 것이 현명하다. 물론 강압적이고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해서 고강도의 노동을 가한다면 일시적 혹은 단기적으로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노동기계가 아니다.

`전 생애 인간발달`의 이론을 정립한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에 따르면 아동의 신체적 발달순서는 과제 해결력에 이어 근면성인데, 근면성이 발달하는 단계에서 유능성을 터득한다고 한다. 이 유능성은 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에 굴하지 않고, 역량을 발휘해서 일을 해내는 능력, 즉 도전정신과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모험은 근면성을 갖출 때 실행으로 옮길 수 있다. 그렇지만 비효율적 근면성의 강요로 창조적인 노동과 우리의 행복추구권이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 또한 개개인이 노동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기계적 근면성에 함몰되어서도 안 된다. 우선적으로 노동시간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일이 자발적이고 효율적인 노동을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꾀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김채운 시인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