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에 감염된 토끼 눈의 각막(a)을 CLASS 현미경으로 촬영했다. 곰팡이는 b에서 보듯이 균사라는 실처럼 가늘고 긴 구조를 갖는다. 이 구조가 토끼 눈에 의한 수차로 c줄의 그림과 같이 곰팡이의 균사가 정확히 보이지 않는다. CLASS 현미경으로 e와 같은 수차정보를 얻어 이미지를 보정하면 d와 같이 선명한 균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IBS 제공
곰팡이에 감염된 토끼 눈의 각막(a)을 CLASS 현미경으로 촬영했다. 곰팡이는 b에서 보듯이 균사라는 실처럼 가늘고 긴 구조를 갖는다. 이 구조가 토끼 눈에 의한 수차로 c줄의 그림과 같이 곰팡이의 균사가 정확히 보이지 않는다. CLASS 현미경으로 e와 같은 수차정보를 얻어 이미지를 보정하면 d와 같이 선명한 균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IBS 제공
인체 암세포의 약 80%는 피부나 장기 외피의 1㎜ 이상 깊이에 생긴다. 게다가 세포핵 변화로 발생한 암세포의 크기는 초기 수 ㎛(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에 불과해 기존 의료 영상기법으로 식별이 어렵다.

만약 개별 세포를 관찰할 정도의 영상 기술이 있다면 질병의 조기 진단 시기를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다. 조직 내부로 들어간 빛이 난반사해 이미지가 왜곡돼 생긴 낮은 분해능(인접한 두 개의 물체를 별개의 것으로 구별할 수 있는 최소 거리)이 선결 과제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최원식 부연구단장 연구진은 다중산란 및 이미지 왜곡 현상을 보정하는 단일산란파 폐루프 축적(CLASS) 기술을 개발했다.

단일산란파는 생체조직 내에서 진행 각도에 따라 빛의 위상차인 수차가 생긴다. 두꺼운 유리 뒤쪽 물체의 상이 뿌옇고 어둡게 보이는 이유이다. 생체조직의 경우 수차가 훨씬 심하다. 빛이 입사하거나 물체에 반사돼 나올 때 각각 수차가 발생한다.

수차 제거는 빛을 세포에 여러 각도로 입사시켜 반사돼 나오는 빛이 만드는 이미지를 기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방면에서의 입사각과 반사각을 측정한다. 반사각과 입사각의 차이, 즉 운동량의 변화값이 같은 성분들을 모아서 분석해 실험값으로 수식을 만든다. 도출한 수식으로 반사각의 각도별 수차를 보정하면 왜곡이 심한 이미지까지 고해상도로 출력할 수 있다.

연구진은 POSTECH 김기현 교수 연구진, 서울아산병원 김명준 교수 연구진과의 공동 연구로 CLASS 기술의 성능을 입증했다. 토끼 각막 속 약 0.5㎜ 깊이에 존재하는 곰팡이 균의 필라멘트 구조를 0.6㎛ 분해능으로 영상화했다. 수 ㎛ 크기의 세포핵 내부를 관찰하기에 충분하다.

CLASS 기술은 별도의 표지가 필요 없어 인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공초점 현미경 이나 이광자 현미경 등 현재 널리 이용되고 있는 이미징 기술에도 접목이 가능하다. 내시경에도 탑재할 수 있어 앞으로 다양한 응용이 기대된다. 특히 기존에는 수차로 인해 영상화가 힘들었던 뇌 조직이나 안구 등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원식 부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로 광학 현미경을 질병 조기 진단에 이용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극복해 야할 생체조직에 의한 이미지 왜곡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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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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