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 원내대표가 어제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 새해 첫 주례회동에서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빠른 시일 내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전망은 밝지 않아 보인다.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당초 여야 약속과는 달리 개헌 시기에 대한 입장차가 워낙 크다. 개헌특위 조기 구성과 가동 방침은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을 요구하는 국민적 여론을 수용하는 측면이 있지만 국회차원의 개헌안 도출로 이어지기는 난망하다. 여야 모두 지난해 말 임시국회 막바지에 여론에 등을 떠밀려 마지못해 개헌특위를 연장했던 상황에서 크게 달라진 모습이 아니다.

개헌에 대한 여야의 이견은 본질적이라기 보다 지엽말단적인 것이다. 개헌은 무엇보다 내용이 중요하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종식하기 위한 권력구조의 개편, 국민의 기본권 확대, 지방자치의 활착을 위한 지방분권 강화 등이 핵심이다. 개헌 논의도 이 부분에 집중돼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개헌의 시기가 가장 중요하고 전부인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정치권이 그렇게 만들었다. 민주당은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는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태세고, 한국당은 무조건 저지하겠다는 자세다.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여야 모든 후보들이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을 하겠다는 공약은 오간데 없고 지방선거의 유불리만 따지는 당리당략적 접근만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국회 개헌특위가 가동되면 개헌 시기에 대한 공방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국회 의석 분포상 시기가 확정되지 않고서는 사실상 개헌은 불가능하다. 국회 합의안도 나오지 않을뿐더러 청와대가 개헌안을 발의한다고 해도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한국당이 반대하면 국회 문턱조차 넘을 수 없다. 이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30여년 만에 찾아온 개헌의 호기를 놓친다면 범국민적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여야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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