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둔산 크로바아파트 '감원없는 경비원 대책'

이규화 대흥 회장
이규화 대흥 회장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아파트 경비원 처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시간당 6470원이던 최저임금이 올해 16.4% 인상된 7530원으로 오르자 일부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은 관리비 인상을 이유로 경비원 감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최근 경비원 94명 전원에게 해고통보를 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경비원 대량해고 사태로 이어질까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대전지역은 주택관리업체인 ㈜대흥과 서구 둔산동 크로바아파트를 중심으로 전국 최초로 `아파트 관리혁신안`을 도입, 감원 없는 아파트 경비원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아파트 관리혁신을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규화 ㈜대흥 회장은 8일 "아파트 경비원 문제는 휴게시간과 최저임금, 근로자 지위 등 여러 가지 사안이 얽혀있다"며 "이중 한 가지만 빠져도 문제의 실타래를 풀 수 없다"고 최근 문제로 불거진 아파트 경비원 해고사태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같은 경비원 대량해고를 막기 위해서는 지위부터 근로시간 모두를 바꿔야만 가능하다"며 "경비원 급여를 낮추기 위해 편법적으로 부여한 휴게시간을 없애고,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분류된 경비원을 일반 근로자인 관리원으로 바꿔 직접 고용하는 대안을 세워 지난 1일부터 크로바아파트 등 위탁을 맡은 공동주택에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흥은 지난해 정부가 최저임금인상안 발표를 즈음해 `아파트 관리혁신안`을 세웠다.

혁신안은 경비인력 축소를 통한 관리비 억제가 아닌 경비원을 줄이지 않고 아파트, 위탁업체가 상생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서는 경비원 처우를 대폭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대다수 아파트가 경비원에게 적용하던 하루 24시간 격일 근무체계에서 주야 8시간, 2교대를 통해 편법적으로 부여하던 휴게시간을 없앴다.

감시단속적근로자가 해선 안 되는 주민 민원부터 택배 전달, 청소, 제설작업 등 일부 관리업무도 일반근로자인 관리원으로 전환해 주민과 소통하며 일 하는 구조를 택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경비원 휴게시간에 대한 판결을 내리면서 전국의 모든 아파트가 편법적으로 부여하던 무급 휴게시간 문제가 곧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이라며 "판례가 한번 박힌 이상 소송으로 번진다면 대다수 아파트가 경비원들에게 그동안 휴게시간 핑계로 지급하지 않던 밀린 급여를 지급해야 하며, 이를 전문으로 다루는 곳도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혁신안은 이런 편법, 불법적으로 이뤄지던 무급 휴게시간을 공론화해 국가가 정한 법을 지키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임금이 오를 수 있도록 했다"며 "근무시간을 현실화하며 경비원 근로시간이 대폭 줄었고, 이를 통해 발생한 절감액을 감원 없는 상생고용에 투입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에서 지정한 주택관리 위탁업체가 경비원 고용을 경비용역업체에 넘기는 `재하청 구조`를 끊은 점도 관리비 절감에 주요하게 작용했다.

이 회장은 "아파트 위탁업체가 경비용역업체에 경비원 파견을 하면 중간 수수료가 10-15% 이상 발생한다"며 "위탁업체가 직접고용하게 된다면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고, 이를 경비원 일자리 창출에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흥은 아파트 경비원을 경비용역업체에 위탁이 아닌 직접고용 형태로 고용해 운영 중이다.

이 밖에 혁신안 도입을 통해 발생하는 야간업무 공백에 대해서는 코레일을 비롯해 서울시교육청, 인천도시공사가 시행하는 `기동순회팀` 제도를 벤치마킹해 문제를 해결할 복안도 세웠다.

이 회장은 "코레일 사례를 보면 광명역부터 김천까지, 호남은 오송부터 정읍까지 216동의 건물과 8164대의 시설물을 50명의 인력과 15대 차량이 순회하며 관리하고 있다"며 "아파트 또한 야간에 상주인력을 두며 지속적인 금액을 투입하는 것보다 기동순회팀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규화 회장은 관리혁신안과 기동순회팀 제도를 통해 감원없이 최저임금을 맞춰서 아파트 경비원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관리비 또한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 임대아파트 등 주거취약계층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던 막대한 관리비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아파트 관리비가 일반 아파트보다 비싸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당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전도시공사가 제공하는 공공임대아파트 평균 관리비가 1㎡당 1272원, LH 민간의 경우 1142원, LH 임대는 943원에 달해 일반아파트인 903원과 견줬을 때 훨씬 비싼 관리비를 징수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주거취약계층이 일반분양아파트 입주민보다 더 많은 관리비를 주면서 살고 있는 셈이다.

이 회장은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이 사는 곳이 임대아파트인데 더 많은 관리비를 주는 이유는 경비비뿐만 아니라 아파트관리기사를 과다 고용한 것도 원인 중 하나"라며 "인천도시공사가 기동순회팀을 운영하며 관리비 절감에 나설 때 대전지역은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며 소외계층을 위해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경비원 고용이 원만하게 해결되려면 입주민과 위탁업체, 경비원 모두가 상생해야만 해결된다고 덧붙였다.

이규화 회장은 "아파트 관리는 결국 사람관리며, 눈으로 마주치고, 마음으로 몸으로 부딪치고 입을 열어 대화를 나누며 손잡고 하는 것"이라며 "CCTV가 하지 못하는 상생의 길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경비원 처우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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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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