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길순(63·여)씨가 3년간 공부하며 만학의 꿈을 이룬 대전방송통신고 앞에서 졸업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배길순씨 제공
배길순(63·여)씨가 3년간 공부하며 만학의 꿈을 이룬 대전방송통신고 앞에서 졸업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배길순씨 제공
"모르는 걸 배운다는 게 참 재밌고 활력소가 돼요. 늦게라도 만학의 꿈을 이뤘다는 게 자랑이죠."

경북 영천의 성덕대학교 수시모집에 합격한 18학번 신입생 배길순(63·여)씨는 3년 간 대전일보 사옥을 관리하는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면서도 만학의 꿈을 놓지 않았다.

배씨는 지난 1995년부터 19년간 동아연필 크레파스 공장에서 근무하며 사랑하는 두 딸과 아들 한명을 키웠다.

초등교육만 받은 배씨는 세 자녀를 대학원까지 진학시키고나서야 직장에서 나와 잊고 있었던 만학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전예지중학교`를 졸업하고, 2014년에는 대전일보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며 `대전방송통신고`에서 학생들과 공부했다.

전교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았지만 설레는 마음을 잃지 않고 틈틈이 공부하니 성적은 언제나 전교 2-5등을 놓치지 않는 상위권이었다. 시험기간에는 쉬는 시간마다 사무실 창문 등 눈에 띄는 곳에 화학 원소기호를 적어놓고 외우기도 했다.

특유의 밝은 미소와 사교성으로 지난해에는 학우들의 추천을 받아 방송통신고 임원도 맡았다. 전국 42개 방송통신고의 임원들과 한 해 3번씩 모여 `만학도 모임`을 갖기도 했다.

배 씨는 "공부도 건강이 허락해야 계속할 수 있으니 산악회 모임도 꾸준히 나가려고 노력했다"며 "한때 늦었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배움은 끝이 없으니 뒤쳐지지 않으려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부를 시작하고나서는 어디 나가서도 기죽지 않고 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대전일보에서 일하며 공부도 할 수 있는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만족스럽다"며 미소지었다.

올해 성덕대 2018년 수시모집에 합격해 사회복지학과 신입생이 된 배씨의 표정에는 20살 대학 새내기의 풋풋함이 비쳤다.

배씨는 "사회복지학과에서 노인심리상담 자격증을 취득해 심리상담 기관에서도 일해보고 싶다"며 "대학 합격통보를 받아 기뻤다. 새해에도 일과 학업 모두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씨는 만학의 꿈을 놓지 않고 이어갈 수 있었던 계기로 이해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세 자녀의 사랑`을 꼽았다.

그는 "딸아들이 공부하는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주고 등록금도 지원하겠다고 말해줬다"며 "가족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힘들었을텐데 자식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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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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