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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양두구육

2018-01-08기사 편집 2018-01-08 16: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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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시대 제(齊) 영공(靈公)은 남자 옷을 입은 여자를 좋아했다. 당시 임금의 취향에 따라 궁내 여인들이 남자 옷을 입고 다니자 여염집 여인들 사이에서도 남자 옷을 입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당시는 남녀가 유별하고, 예법도 엄격했던 시기인터라 남장이 유행한다는 소식을 들은 영공은 대대적인 단속을 명령했다. 엄청난 수의 단속원이 동원돼 여자들이 입은 남자 옷을 찢고 허리띠를 끊었다. 하지만 단속을 아무리 엄하게 해도 남장 유행은 계속됐다. 결국 영공은 고민 끝에 지혜롭기로 소문난 안자를 불렀다. 안자의 해결책은 간단했다.

"궁내 부인들의 남장은 놔두고 밖의 백성들에게만 금지하니, 이는 마치 바깥 문에 소머리를 걸어 놓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 영공은 즉시 궁내에도 여인들의 남장을 금지했다. 이어 채 한 달이 안돼 남장 유행은 사라졌다.

'속이다'는 뜻의 양두구육(羊頭狗肉)은 안자의 우두마육에서 비롯됐다. 양의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겉과 속이 다름을 뜻하는 사자성어다. 겉은 그럴싸한데 속은 별거 없는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표리부동과도 일맥상통하는 뜻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연초부터 최저임금상승을 신호탄으로 사회변화가 심상치 않다. 자영업자의 심기는 더욱 불편해졌고, 중소기업 역시 인력확보 등 경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아우성이다. 아파트 경비원 감축, 대학청소·경비인력 감축해고 등 물가대란에 이어 고용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3조 원의 최저임금 지원 예산을 홍보하며 임금 상승분을 사업주가 흡수해 달라며 종업원 해고 자제를 당부했다. 하지만 식당주인들은 값을 올리지 않고는 직원을 줄일 수 없는 방법은 없다며 생존책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임금상승으로 가계소득을 늘리겠다는 희망 섞인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모든 경제주체들이 짊어줘야 할 유무형의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곧 안정이 될 것'이란 정부의 안일한 대응은 최저임금을 내걸고 경제 선 순환을 바라는 양두구육식 탁상행정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김대호 지방부 청주주채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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