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시중 대출금리는 4%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부채가 많은 가계와 기업은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금리는 투자수익률과 기대인플레이션율을 합한 수준에서 결정되는 만큼 새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3%, 물가상승률을 1.7% 정도로 본다면 균형금리는 4.5~5%가 될 것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금리를 한두 번 올릴 것이라는 예측이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금리는 우리가 대출을 받거나 예금을 할 때 비로소 피부에 와 닿는다. 가령 평범한 샐러리맨이 3억 원을 빌린 경우 금리가 1%포인트만 오르면 이자가 월 25만 원씩 늘어난다. 월급날 온갖 지출이 은행계좌를 훑고 지나가면 여유 돈이 50만 원도 안 남는데, 그 중 절반이 금리인상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금리가 올라가면 이혼율이 높아진다는 논문이 종종 나온다. 이자가 늘어나면서 아내 생일에 근사한 외식도 못하고 휴가철에도 집에서 텔레비전만 보다가 사소한 일로 부부싸움을 하고 급기야 이혼에까지 이른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금리가 오르면 이자로 생활하는 은퇴자들은 형편이 나아지겠으나, 돈을 빌려 아파트를 사거나 투자를 한 가계와 기업은 고통을 겪기 마련이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는 있으나, 금리상승 기조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가계와 기업은 손 놓고 있을 수가 없다. 예금자는 당연히 만기를 짧게 유지하면서 금리상승 효과에 편승해야 하고, 차입자는 낮은 고정금리로 차입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한계기업은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도 구조조정의 사각지대에 놓인 기업을 겨냥한 구조조정채권 결집과 회생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신속한 재기와 혁신이 가능한 시스템을 보강해 나가야 한다.

환율은 어떤가? 새해 벽두부터 원화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수출기업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달러당 원화 환율이 1060원대로 주저앉으면서 불과 1년 전에 비해 150원 가량 떨어진 것이다. 최근의 원화 강세는 우리 수출이 반도체 특수로 호조를 보임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가 6년째 지속되고 있는 데다 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북핵 리스크도 완화되고 있어 원화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반기 중에 심리적 저지선인 달러당 1050이 무너지고, 연말경 가서야 점차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기업인 삼성전자가 환율 등락에 노출된 자산규모(net exposure)가 약 600억 달러라니 원화가 10원 떨어지면 이익이 6000억 원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니 아무리 사업을 잘해도 환율 등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쪽박을 찰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의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수출시장의 최대변수를 환율변동 위험으로 보고 있으나, 기업의 58%는 환율변동에 무방비한 상태이다. 개별기업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이 녹록치 않다는 말이다.

환율 급변동에 대응해 정부는 지난 11월 중소수출업체에 대해 환율변동보험 지원을 확대했다. 또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의 연초 회동에서도 환율이 시장의 수급에 의해 결정되도록 하되 과도한 쏠림현상에는 적극 대처하겠다고 선언했다. 원화 절상에 기생하는 투기세력은 차단한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이제 수출기업들도 환율전문가 양성으로 자체 대응능력을 강화하는 한편 원화 하락의 타격을 생산성 향상을 통해 흡수함으로써 대외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경상수지 흑자로 쌓인 외화를 유망한 해외투자에 활용해 투자수익을 창출하고 원화절상 압력을 완화하는 일거양득의 호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임호열 한국동북아경제학회 부회장·전 KIEP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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