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 주산(主山)을 원수산이라 부른다. 이 산을 등진 너른 지역은 청와대 집무실, 국회 세종 분원 등이 들어서는 데 손색 없는 부지로 지목되고 있다. 그제 행정수도 완성 세종시민 대책위가 세종시 주산인 원수산에서 행정수도 개헌 관철을 다짐하고 염원하는 행사를 가졌다. 최정수 대책위 상임대표는 "행정수도 개헌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기원했다"며 "절박하고 사무치는 염원이 행정수도 개헌으로 반드시 꽃피우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고 한다.

세종시 대책위 행사가 무색하게 어제 한국당 인천시당에서 "지방선거와 개헌투표의 동시 실시를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백히 천명한다"는 논평을 낸 게 사실이라면 황당하다. 논평은 그러면서 "중앙정치권은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친 후 보다 정제된 개헌안으로 국민의 결정을 받도록 정도(正道)를 걸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개헌은 필요하다"는 전제를 깔면서도 지방선거와 동시투표 실시까지 보이콧하겠다고 하는 것은 모순적이고 편의적인 논법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면 개헌특위 권고안에 대한 여러 문제점과 논란을 염두에 둔 게 아닌가 싶지만 그렇다고 개헌 동시투표까지 봉쇄해버린다면 개헌논의 및 로드 맵이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인지 되묻게 한다.

이번에 한국당 인천시당이 공연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도 했지만 넓게 보면 여야 정치권도 제 역할을 못 하고 허송세월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라는 비판을 새겨 들어야 한다. 그동안 수도 없이 개헌 총론에 동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개헌특위는 개점휴업 상황이고 그러다 개헌특위 자문위 초안이 알려지자 쓸데 없이 장외공방을 벌인 주역들임을 부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치권은 `적폐청산` 대(對) `정치보복` 구도에 갇혀 무엇이 중한지 분간을 못하고 있어 난감하다. 이런 시국일수록 충청권이라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정 여의치 않으면 행정수도 `원 포인트 개헌`이라는 배수진이라도 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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