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가장 중요한 근간은 무엇보다도 `인정에 대한 욕구`이다. 인간은 타인에게서 자신의 욕구를 인정받지 못할 때 고통을 느낀다. 인간이 욕구를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가 자신에게 결핍이 돼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욕구란 무엇인가.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을 원할 때는 일반적으로 이를 `욕구`라고 하고, 이에 비해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닌 것을 원할 때 이를 `욕망`이라 한다. 이런 구분에 따르면 욕구는 인간에게서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것이고, 욕망은 파생적이고 비본질적인 것이라고 욕망과 구분하여 욕구의 의미를 이정은의 저서에서 기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에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욕구는 `인정의 욕구`이며, 인정의 욕구에는 자유와 자기의식의 실현이 개입돼 있다. 이렇듯 인정의 욕구는 개인들의 사소한 심리적 욕구에서 삶 전체의 질서로까지 확장되는 중요한 요인이며, 이 욕구가 이루어 질 때 `행복`과 이루어지지 않을 때 `고통`의 발단이 된다. 그러나 인정의 욕구를 모두 실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인정의 욕구가 고통의 발단이라고 강조하기보다는 오히려 고통을 해소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교육은 무엇보다도 인간이 지닌 욕구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과 내용을 연구하고, 학교 현장에서 어린 시절부터 인정의 욕구에 대하여 체험해봐야 할 것이다.

인정의 욕구가 실현된 예를 보자. 생애 최고의 역작인 시스티나 성당 예배당의 천장화이다. 미켈란젤로는 율리오 2세에게 자신은 화가가 아니라며 천장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거듭 거절했다. 수많은 조각상에 대한 야심 찬 계획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림을 그리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도제 시절 이후 프레스코화를 그려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영묘 조성 계약 때문에 교황에게 묶인 그는 결국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높은 비계 위에 서서 익숙하지 않은 천장화를 그리느라 허리가 꺾이는 듯 고통스럽다고 불만을 토해 냈고, 시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그러나 일단 그리기로 결심한 그는 자기의 인정에 대한 욕구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러한 것이 바로 불후의 명작인 `천지창조`의 천장화를 낳았고, 미켈란젤로는 37세의 나이에 당대 가장 위대한 화가로 명성을 날리게 됐다. 이것은 미켈란젤로 내면의 동기로 인한 자신에 대한 인정의 욕구가 발현된 극치의 결과일 것이다. 미켈란젤로의 상황 인식은 인정의 욕구에 대한 존재의 표현이다. 여기에서 `천지창조`는 구체적 존재로 완성돼 인정의 욕구로 승화시킨 것이다. 소위 이것이 `미켈란젤로의 효과`이다. 이와 같이 학교에서도 특히 내적 동기로 인정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경험의 장을 펼쳐 주어 학생을 교육해야 한다. 교육은 학교를 나의 존재를 인정의 욕구로 발현할 수 있는 무대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인간으로서의 본질과 인정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 자연 속의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고 학습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는 바로 학교인데 말이다.

학교에서 교육활동에서의 인정은 상대방의 잘 하고 싶어 하는 의도, 가치, 내면의 잠재력을 올바르게 평가해 주는 것이며, 이에 따라 자기 자신이 존재로서 인정을 받을 때 내면의 울림이 있다. 그래서 최고의 인정은 존재의 인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효과는 인간이 알고 있거나 혹은 발견하지 못한 능력을 인정해주므로 인간의 행동을 촉진시킨다. 그렇다면 교육은 `인간은 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존재인가`라는 물음에 지금 서슴없이 답해야 할 것이다.

한기온 전 대전봉명중학교 교장·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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