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민의당 세종시 창당대회에서 안철수 대표가 "개헌특위 자문위 초안에 세종시 행정수도 대목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우려감을 표명한 모양이다. 그러면서 "세종시는 반쪽 짜리 도시가 아니라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라는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고 부연한 것으로 돼 있다. 안 대표 말은 백 번 옳은 진단이다. 문제는 행정수도 개헌에 관한한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현실에 있다. 개헌 자문위 초안 내용에 행정수도가 실종된 것이 단적인 예다.

지금 정국 추이를 보건대 개헌이 될지 안 될지도 불투명하다. 국회개헌특위가 재가동된다 해도 행정수도 개헌 명문화에 대한 여야 합의라는 큰 산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역 정치권 관심은 6월 지방선거에 쏠려있는 듯하다. 어제 충남지사 출마를 선언한 여당 의원이 나온 것을 신호탄으로 다른 경쟁자들 발걸음도 빨라지게 생겼다. 시·도지사 선거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이들이 행정수도 개헌에 대해선 어떤 해법과 대응책이 있는지 도통 가늠이 안 된다. 행정수도 개헌에 대해 정치적 수사 정도는 누구나 구사할 수 있다. 더구나 이게 소리 없는 메아리가 되는 상황이라면 무용할 뿐이다. 일각에서 권력분산 `원 포인트 개헌` 얘기가 흘러 나오는 것도 거슬린다.

행정수도 개헌 명문화는 사활적 사안이며 특히 충청 정치인들은 이에 대한 책무감을 한층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대부분 그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 행정수도 개헌 문제에 대한 단호한 언명과 행동을 아끼는 것 같아 아쉽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극약처방이 요구된다. 요컨대 행정수도 개헌을 실효적으로 압박하려면 직을 걸고 승부수를 띄우는 정치인이 나타나야 한다. 그만한 배짱이면 이번 선거든 다음 번 선거든 유권자들이 잊지 않고 보상해 줄 것으로 확신한다. 누군가 불을 지피지 않으면 행정수도 개헌은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머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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