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소방관들이 어떻게 불타는 건물로 뛰어들 수 있느냐고 묻곤하지. 모든 사람들이 도망쳐 나오는 그 불길속으로. 잭, 자넨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면서 몸소 그 질문에 대답했어. 자네의 용기가 바로 정답이야."

영화 `래더 49`에서 마이크 케네디 소방서장(존 트래볼타)이 소중한 생명을 구해내고 자신은 불길 속으로 사라져버린 소방관 잭 모리슨(호아킨 피닉스)의 영결식에서 남긴 추모사다. 소방관의 사회적 책임과 희생정신을 함축한 이 명대사는 당시 긴 여운을 남겼다.

미국은 소방관에 대한 사회인식이 우리와는 확실히 다르다.

미국에서 소방관이 `안전의 총 책임자`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소방관을 그저 `불끄는 사람` 정도로 인식한다.

미국 역시도 매년 100-120여명의 소방관이 사망하고 6만여명이 부상을 당한다. 그런데도 목숨 걸고 남을 돕는다는 자부심에 순직하면 영웅 대접을 받고 유족 생계도 걱정이 없기 때문에 존경받는 직업 1위를 독차지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소방관의 업무 환경과 처우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매년 평균 7명의 소방관이 순직하고 300여명이 다친다. 소방관의 40%가량이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고 있다. 부족한 인력, 노후한 장비에 목숨 걸고 구조활동을 펴는데도 기본급 외에 받는 것은 위험수당과 화재진압수당을 합쳐 13만원 뿐이다.

직업 만족도가 낮다보니 임용 5년 후 20%가 이직을 선택한다고 한다.

소방관들은 `우린 죽어야만 알아준다`고 말한다. 지난 2001년 서울 홍제동 화재현장에서 6명의 소방관이 숨진 참사처럼 자신들이 죽어야만 정부든, 국회에서 관심을 가져준다는 참담한 얘기다.

오죽했으면 지난해 발생한 제천 화재 참사 구조작업에 참여했던 소방관들이 `죽더라도 건물로 뛰어들걸`이라며 자책하고 괴로워 하는 심정을 토로했을까. 소방관은 슈퍼맨도 어벤저스도 아니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누군가의 귀한 자녀일 뿐이다. 소방관이 눈물을 흘리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질때 내가, 우리가 안전하고 건강할 수 있다. 원세연 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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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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