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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굴레를 벗다

2018-01-04기사 편집 2018-01-04 16: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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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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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는 전 세계를 '페란테 열병'(ferrante fever)에 빠뜨린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마지막 이야기다. 레누와 릴라라는 두 주인공의 우정은 유년기와 사춘기를 그린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에서 시작해 청년기인 제2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와 중년기인 제3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를 지나 노년기인 제4권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제3권에서 릴라와 레누가 결혼과 출산 등을 경험하며 각자의 삶을 살아갔다면, 4권에서는 이들의 우정이 다시 시작된다. 숨 쉴 틈 없이 전개되는 강렬한 내러티브(narrative)는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독자들은 페란테가 써내려간 강렬하지만 섬세한 이야기 속에서 릴라와 레누 사이에 존재하는 우정과 애증은 물론 여성 일반에 내재하는 모순, 여성이 겪는 보편적 경험을 발견하게 된다. 피에트로와 이혼한 레누는 비이성적이고 잔혹한 니노와의 사랑과 섹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개인의 심연을 낱낱이 파헤치는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제3권에서 레누는 피렌체에서 명문가 집안의 아들이자 대학교수인 피에트로와 결혼 생활을 시작하며 작가로서 성공한다. 레누와 달리 릴라는 나폴리를 떠나지 않고 햄 공장에서 일하면서 아들 젠나로를 키운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삶을 개척해갔던 레누와 릴라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나폴리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자신에게 고향 동네 나폴리는 부모님보다도 릴라를 더 의미한다고 말하는 레누. 이러한 레누가 나폴리로 다시 돌아가기로 결심함으로써 릴라와 레누의 벗어날 수 없는 우정의 굴레는 노년기까지 이어진다. 레누가 릴라의 집 위층에 살게 되면서 한동안 멀어졌던 이들의 우정이 다시 회복한다. 그들은 비슷한 시기에 3주 간격을 두고 출산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정과 애증이라는 감정은 릴라와 레누의 관계에서 여전히 교차한다. 이제까지와는 달리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에서 레누는 자신이 릴라의 굴레에서 자유로워졌다고 확신한다. 릴라의 평가에 지나치게 깊이 의존했던 과거의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이다.

또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에서는 예상치 못하게 많은 사람이 살해당하고 폭력과 마약에 연루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부패한 공권력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서로 다르게 대하는 불공정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같이 사회운동을 했지만 부유하고 좋은 집안 출신인 나디아는 해외로 무사히 도피한 데 반해 그렇지 못한 파스콸레를 걱정하는 동생 카르멘의 말은 우리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알폰소와 같은 동성애자들이 겪는 어려움과 편견, 혼란은 현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나폴리 4부작은 레누라는 내래이터의 개인사를 기록한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 이처럼 페란테는 인간의 보편적인 경험과 감정을 놀라울 정도로 섬세히 표현하면서도 이탈리아의 특수한 현실, 그리고 여기서 반추되는 현대 사회의 보편적 문제들이 노골적으로 서술한다. 이는 우리가 페란테의 글에 강하게 빠져드는 이유다. 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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