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것 같아 다가서면 그만큼 먼발치에 있는 무지개와 같았다. 이번 만큼은 하고 잔뜩 기대가 부풀어 있었는데 한 순간 지나고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다시 빈 손이다.

바라는 사람의 생각과는 달리 큰 꿈은 쉽고 빠르게 길을 내 주지 않고 있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때론 분노로 돌변하면서 버틴 인고(忍苦)의 시간들이 벌써 16년이 지났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그 꿈을 찾아 달려 왔고, 지금 또 한번의 통과의례를 앞두고 지나 온 기억들을 생각해 낸다.

6.13 동시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행정수도에 대한 충청민들의 꿈도 조금씩 영글어 가고 있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다수 충청인들에게 행정수도는 놓칠 수 없고, 버릴 수 없는 희망이자 꿈이 돼 버렸다. 행정수도가 특정지역이나 특정인만의 꿈이나 염원이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되지만 충청인들의 기대가 더 크고, 책임감도 더 무거운 게 사실이다.

◇국가균형발전 유일한 대안

유사 이래로 행정수도만큼 충청권이나 세종뿐 아니라 전국을 고루 생각하는 국가정책이 있었을까. 고속도로나 고속철도, 신항만, 신도시 건설 등 그 어떤 국가적 프로젝트도 소기의 성과는 거뒀지만 전 국토의 균형발전을 다 담아내지는 못했다.

행정수도는 대한민국이 곧 수도권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어 던지고 국가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그 대안이 전 국민에게 100% 만족감을 줄 수는 없지만, 앞으로도 이 보다 더 앞선 묘안을 찾아내기는 힘들 것이다.

다만 행정수도는 국가적인 대사이면서도 중앙과 지방간 견해차, 수도이전에 대한 법률적 해석, 선거 전후 집권세력의 통치논리 등으로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뿌리내리지 못했다. 행정수도 문제는 안타깝게도 선거가 있을 때 마다 논란에 휩싸였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홍역을 치렀다.

그러다 보니 행정수도는 정권이 바뀌면 단절되는 정책, 때론 새로운 것으로 슬쩍 포장되는 정책, 선거철 정치인들이 재탕 삼탕 써먹기 좋은 정책으로 기억된다. 특히 국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거물급 정치인들 가운데는 선거전 다르고, 선거후 다른 사람들이 많았다. 행정수도에 쐐기를 박은 듯 한 말을 해놓고서 뒤집기도 하고, 나 몰라라 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행정수도는 선거를 치를 때 마다 국민들 앞에 똑같은 시험지를 놓고 똑같은 답안 찾기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2018년 1월 시민들은 이미 과거에도 많이 풀어봤던 행정수도 시험문제지를 또 한번 풀기 위해 6.13 동시 지방선거를 기다리는 심정일 것이다.

◇선거를 통한 공약이행이 최선

행정수도를 둘러싼 본격적인 논쟁들은 올해로 17년째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후보가 신행정수도 건설을 공약으로 발표하면서 촉발된 이후 찬반 논쟁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07년 17대 대선 땐 이명박 후보는 행복도시를 제대로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당선된 뒤 수정안을 들고 나와 거센 반발을 샀다. 2012년 18대 대선 역시 박근혜 후보는 세종시 원안에다 플러스알파를 얹어 주겠다고 했지만 결국 허언이 됐다. 지난해 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행정수도의 꿈을 키워 가겠다면서 국민의사를 물어 정치행정수도의 세종시 이전을 추진키로 공약했다.

행정수도 문제는 그동안의 학습으로 살펴보듯 선거공약만으로는 완전히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은 아니다. 그때그때의 정치지형이나 상황에 따라 공약은 뒤집혀지고 없던 일이 됐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면 선거를 통한 약속과 발표만큼 사업성을 답보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를 완성해 나가듯 현 시점에서는 선거를 통해 행정수도를 완성해 나가는 길이 최선이다.

6.13 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의 행정수도 공약이 좀 더 성숙해 지고, 거기에 응답하는 국민들의 답안도 좀 더 명확해 지기를 기대한다. 은현탁 세종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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