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사람이다

이 책에 소개된 이들의 공통점을 찾자면 많은 시간 동안 집에 대해 생각했고 오랜 시간에 걸쳐 자신의 소우주를 창조했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좋은 조건의 집 대신 자신이 끌리는 집을 택했고, 원하는 모습의 집으로 만들기 위해 깊이 고민하고 공들여 고쳤으며 정성껏 가꿔왔다. 집이 자신의 삶을 담는 그릇이 되기를 받아들여 집과 더불어 대화하고 집에서 작업하고 즐기는 직주(職住) 일체형 생활을 한다. 이들은 자아의 확장인 집에 많은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늘 자기 자신을 돌아본다.

좋은 집은 그 자체로 다른 사람에게 자극과 영감을 준다. 좋은 집은 개인에게 삶을 성찰하고 경신(更新)하는 기회를 준다는 의미를 넘어 사회적으로 점점 주목받고 있다. 개발연대에 대규모로 똑같이 지어진 집들은 이제 낡고 흉물스럽다. 그러나 경제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재개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무조건 부수고 새로 짓는 불도저식 건설에 대한 반감이 생겼다. 동시에 시간이 쌓인 장소를 보존·개조함으로써 개성적 미감을 확보하려는 도시 재생이 화두가 됐다.

이 책에 소개된 집들을 통해 좋은 집의 모습을 가늠해볼 수 있다.

첫째 `소박한 집`이다. 필요한 것은 있고 불필요한 것은 없는 집에 들어섰을 때 `정말 좋은 집`이라는 감탄이 흘러나온다. 둘째 `시간이 쌓인 집`이다. 오래된 집에는 풍성한 이야기가 있다. 오래된 집에서 영감을 얻은 이들은 집을 매개로 과거와 대화하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연속성을 찾아나간다. 셋째 `예술이 태어나는 집`이다. 예술가가 사는 집, 그들이 작업하는 공간은 늘 흥미롭다. 넷째 `공동체를 향해 열린 집`이다. 자신의 사적 공간을 개방함으로써 이웃, 사회와 더불어 지식과 경험, 무엇보다 즐거움을 나누려는 이들의 집에는 환대라는 소중한 가치가 들어 있다. 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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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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