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읽기]

◇영화가 나에게 하는 질문들(원은정 지음)= 누구에게나 영화와의 만남은 특별하다. 영화에 담긴 삶의 은유에 공감하며 고갈되었던 힘이 다시금 솟아오르고 `그래, 인생은 이런 거지.` 하는 마음이 차오르는 경우도 있고, 온몸을 채우고 있던 힘든 감정들이 한순간에 쑥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는 때도 있다. 이렇듯 영화는 그 자체로 예술적 감동을 주는 것을 넘어 나 자신을 마주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깨달음을 선사한다. 이 책은 영화가 담고 있는 은유적, 인문학적 요소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삶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일깨우는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기이한 자매들(엘리너 브라운 지음·홍한별 옮김)=이 책은 작가의 첫 소설로,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인생을 살다가 맞닥뜨린 난관을 계기로 다시 한자리에 모이게 된 개성 넘치는 세 자매의 이야기를 경쾌한 필치로 그려낸 작품이다. `기이한 자매들`이란 원래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에서 앞날을 예언하는 운명의 세 마녀로, 이 책에서는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과 본성의 중압감을 끊임없이 의식하고 그로부터 벗어나려 애쓰는 앤드리어스 자매들을 상징한다. 이들 세 자매와 함께 독자들은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순간조차 변화를 향해 기꺼이 한 걸음 내딛는 용기를, 새로운 성장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위대한 중서부의 부엌들(J.라이언 스트라돌 지음·이경아 옮김)=이 책은 한 세대에 한 번 나올 만한 놀라운 미각을 가진 주인공인 천재 셰프 에바 토르발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친부모를 잃고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며 외롭게 성장한 소녀 에바는, 그녀의 고향인 미국 중서부 지역의 음식들 속에서 스스로를 위한 구원과 위안을 얻는다. 미국 최고의 디너파티를 주관하는 전설적인 셰프로 성장해 가는 주인공 에바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녀 주변의 여러 인물들의 관점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전개되고, 그들의 삶에 깊이 개입하거나 스쳐 지나가는 에바의 모습이 드러나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음식과 관련된 여러 등장인물들의 웃기고도 슬픈 사연들이 소개되며, 재미와 감동, 유머와 애수, 각종 요리 레시피에 대한 풍부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소멸하는 것을은 신호를 보낸다(리자 스마트 지음·여연·강도은 옮김)=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대부분 좌절하거나 이를 부정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허비한다. 무엇보다 죽음의 유형에 상관없이 죽음을 앞둔 이들은 어느 시점부터인가 자신들이 저세상으로 떠날 거라는 말을 끊임없이 전한다. 이 책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사람들이 이야기했던 주목할 만한 말들을 수집하고, 그것들을 언어적인 유형과 주제에 따라 분류한 책이다. 저자는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던 아버지의 말을 적어 내려가던 그녀는 아버지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이 난해하지만 실은 완전히 새로운 언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수수께끼 같은 말들로 인해 힘들어하는 많은 이에게 위안과 깨달음을 안겨 줄 것이다.

◇세대게임-`세대 프레임`을 넘어서(전상진 지음)=저자는 현대 사회에서 세대에 대한 흥미로운 이론을 펼쳐 보인다. 이를테면 그는 우리 사회 도처에 널려 있는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세대 게임`이라는 틀로 분석하고 진단한다. 저자에 따르면 세대 게임은 게임에 참여하는 `세대 당사자`와 게임을 고안하고 설계하여 그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세대 플레이어`라는 두 가지 층위로 나뉜다. 이 중에서 저자는 `세대 플레이어,` 특히 그들이 게임을 통해 얻는 `정치적 수익`에 주목한다. 중요한 사회문제가 세대 대립에서 비롯한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가능한 원인들에 주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 독자들에게 최근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세대 프레임에 현혹되기보다 먼저 `의심하고 주저하기`를 권한다. 그를 위해 세대 게임의 논리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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