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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칼럼] 김정은의 '양수겸장'

2018-01-03기사 편집 2018-01-03 18: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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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로 새해 벽두부터 한반도에 훈풍이 불고 있다. 당장 평창동계올림픽의 분위기부터 다르다. 외신에서도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한다면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로 위축된 분위기부터 일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의 반응은 즉각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위원장 신년사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남북대화를 열자고 제의했다. 일찌감치 베를린선언을 통해 남북평화 구상을 제시했던 문 대통령으로서는 전반적인 관계 개선을 도모할 전기로 삼겠다는 태세다.

북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현실화되면 남북관계는 이전과는 다른 궤적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장기간에 걸친 북핵 대치가 평화공존의 상황으로 바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9일 판문점에서 고위급 당국회담을 갖자는 우리 정부의 제의에 북한은 어제 판문점 연락채널 개통으로 화답했다. 회담은 의제나 시기, 장소에 대한 검토로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련의 움직임으로 볼 때 성사는 기정사실로 보인다. 아직 무슨 얘기들이 오갈 것인지 속단키 어렵지만 우선은 북한의 평창행에 대한 방식 등이 주를 이룰 것 같다.

항간에서는 김 위원장이 갑작스레 대화를 표방한 것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핵과 미사일 도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전략적 선택이란 해석이다. 북이 가장 믿었던 중국까지도 대북제재에 동참한 마당이니 그럴듯하게 들린다. 핵탄두의 미사일 탑재와 대기권 재진입 등 핵무력을 완결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위장 평화공세일 수도 있다. 한미동맹을 뒤흔들 의도로 보는 측도 있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한 것 등이 근거다. 그렇지만 우리 당국은 북한의 의도를 일일이 따질 계제는 아니라는 인식인 것 같다. 대화 자체가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한은 일관되게 미국과의 관계개선, 즉 북미수교에 전력을 기울였다. 그들에게 있어 미국과의 수교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지름길이다. 통미봉남(通美封南)이 북한 외교전략의 핵심이 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때문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이은 북의 움직임은 의미심장하다. 남북관계가 양자간의 문제만이 아니고, 북한의 불가측성도 여전하지만 통남통미로 전략이 수정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서울이나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며 일촉즉발의 위기를 고조시켜온 것과는 판이하다. 남북의 긴장이 최고조인 상태에서 북미수교는 물론 대화부터 제동이 걸린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보면 김정은의 의도는 어느 정도 맥이 짚인다. 평창올림픽 참가를 통해 핵무력을 완성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겠다는 목적이 커 보인다. 아울러 대북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한 카드로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을 이용하려는 듯 싶다. 이는 김정은으로서는 양수겸장이다. 북한은 미국 중국 등 핵보유국 지위를 공인받은 5개국까지는 아니지만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핵을 실질적으로 소지한 나라라는 평가를 얻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김정은에게 핵은 체제를 유지하는 버팀목이자, 흡수통일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최후의 수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북의 노림수가 어떤 것이든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우리로서는 여전히 찜찜하고 불안하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국제사회의 합의도 반드시 지켜내야만 할 가치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자세가 중요하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남북 화해무드 조성과 북미대화 및 수교를 거쳐 궁극적으로는 북핵 폐기로 진척시켜야 하다. 우리 정부로서는 회담을 통해 보다 진전된 관계를 모색하려 하겠지만 서두를 일은 결코 아니다. 북한은 우리와는 체제와 이념이 다른 이질적인 나라다. 성급한 판단이나 행동은 대화의 틀을 망칠 수 있다. 성과에 연연해서도 안 된다.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인내와 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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